.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은 배우 김혜수.


김혜수씨 좋아합니다. 막 물이 올랐다는 표현을 쓰는 건 실례겠지요. 최근에 개봉한 영화에서 좋은 연기들을 많이 보여주고 있는데요. 특히 <타짜>에서 아무 말 없이 서있기만 해도 느껴지는 그 무게감 괜찮았습니다. 


자 그럼 시작할까요. 당신은 2유형입니다. 당신은 3,4유형과 같은 가슴 중심의 사람입이다. 가슴 중심의 사람들의 에너지는 타인을 향해서 움직입니다. 장 중심의 사람들이 힘에 관심을 보이는 것처럼 당신은 타인을 위해 존재하는 것에 관심이 있습니다. ‘당신은 나를 좋아 하는가’ 또는 ‘내가 누구와 함께 있는 것일까’ 하고 묻곤 하지요. 


사람들이 자신을 좋아하기를 절박하게 바라며 좋은 평가를 받으려는 2유형들. 그들은 우울하고 슬픈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이 많습니다. 가정의 평온함을 느끼지 못했거나 필요한 만큼 충분히 누리지 못했습니다. 끊임없이 착한행동을 요구 받거나 쓸모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구요. 부모와 자녀 사이에 역할 전도도 있었기 때문에 아이가 ‘엄마 노릇’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미성숙한 2유형은 부탁하거나 요청하지 않은 다른 사람들에게 지나치게 잘한다고 하는군요. 그리고 그 사람들이 받은 ‘사랑’을 돌려주지 않고 거리를 두기 때문에 배신감을 느끼고 착취당했다고 생각합니다. 



<얼굴 없는 미녀>의 지수는 이런 2유형의 배신감을 잘 드러내더군요. 우울증을 거쳐서 경계성 장애까지 간 그녀의 마음이 처음 깨진 것은 죽도록 사랑했던 애인이 그녀를 떠나면서부터 입니다. 극중에서는 과거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끊임없이 남편에게 버림받을 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하더군요. <얼굴 없는 미녀> 속의 김혜수씨는 상당히 불안해 보입니다. 눈동자의 흔들림이나 말하는 태도, 손짓 하나 하나가 안쓰럽습니다. 언뜻 봐도 분명히 애정결핍인 상태인 그녀의 캐릭터에 완전히 동화되어 있더군요. 이 영화처럼 미성숙한 2유형이 상처를 입게 되면 갑자기 부드럽고 나긋나긋한 모습을 버리고 발톱을 드러낸답니다. 그럴 때 그들은 사랑한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소름끼치는 모욕을 줄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김혜수씨의 어색한 발성법이 달라진 것은 이 작품부터였다고 생각합니다. 작품선택을 잘하신 것 같네요.


성숙하지 못한 2유형과 같이 있으면 그들이 소유욕이 강하고 무언가 결핍된 에너지를 발산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나를 봐주세요. 나를 어루만져 주세요’. 그러나 실제로 2유형이 바라는 것은 ‘나를 필요로 하세요’이랍니다. 당신, 모든 자원이 고갈되어 있는 상태라도 ‘필요하다’는 말만 들어도 마지막 남은 에너지까지 긁어모아 남을 도우려고 달려오잖아요.



그전에는 뭐랄까 종이위에 그려진 꽃처럼 그저 예쁘게만 보였습니다. <YMCA 야구단> 이나 <신라의 달밤> 같은 작품에서 보여지는 김혜수씨의 객체화된 이미지는 슬픕니다. 에니어그램의 날개로 설명하자면 김혜수씨는 영화속에서 1번 유형의 날개-착한 이미지-를 너무 발전시켜 왔습니다. 그래서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캐릭터에 생명력이 없어 보입니다. 영화속에서 왈패처럼 소리를 치고 건들거려도 어딘가 갇혀있는 느낌이었습니다. <타짜>에서 당신의 감춰진 3유형 날개-성공해야한다-가 나오는데 아주 재미있습니다. 겉으로 보여지는 이미지를 비꼬며 과감하게 승부의 세계와 사랑에 대한 욕망을 보여주더군요.


2유형은 민감하고 감정적이기 때문에 쉽게 소리를 지릅니다. <바람피기 좋은 날>의 이슬은 쿨한 가정주부로 욕망에만 충실한 듯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어린 대학생과 처음 갖는 정사에서 그녀는 장난치며 웃죠. 이것은 곰인형 같은 2유형의 모습을 잘 보여줍니다. 정답게 껴안고 애무해주는 것을 좋아하는 그들. 관계와 사랑에 집착하는 모습. 사랑받으면서 동시에 온 마음으로 사랑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살 수 있기를 갈망합니다. ‘어차피 사랑은 다 착각이야’라고 말하던데요. 이 말은 사랑에 대해서 냉소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하는 대사가 아닙니다. 말의 숨은 속뜻은 이렇습니다. ‘어차피 다 착각이라도 나는 사랑이 하고 싶다’


미성숙한 2유형은 내면에서 자기 정체성이라는 문제와 싸웁니다. 어떤 사람이라도 필요로 하면 그것에 부응하려고 끊임없이 변화하고 ‘다중 자아’를 만들어 냅니다. 그래서 2유형은 단 한사람의 타인과 있기를 좋아합니다. 여럿이 함께 있다면 어떤 자아를 활동시켜야 할지 알지 못합니다. 반대로 혼자 있을 때면 천장이 머리 위로 무너져 내립니다.

2유형은 남을 유혹하는 경향이 있어서 학대를 저지를 수도 있다고 합니다. 특히 어린이는 무력하고 도움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2유형에게 호소력을 갖습니다. 그럴듯한 2유형의 이타주의는 자신의 이기주의를 충족시키는 ‘정당한’한 형태입니다. 2유형의 재능이자 딜레마는 그들이 스스로에게 원하는 바로 그것을 타인에게 줘버린다는 것입니다. 

남자보다 여자에게 2유형이 많은것은 사회에서 여성의 ‘직감’과 ‘헌신’을 이상화시킴으로 여성들이 2유형이 되도록 방치해왔기 때문입니다. 많은 여성들이 한 남자를 위해 자신을 소모시켜 버리고 이런 집착을 사랑이라고 생각하며 그 과정에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병에 걸리지만 헤어나지 못합니다.



2유형의 근원적인 악은 ‘자만’입니다. 여기서 자만이란 ‘자기를 부풀리는 것’으로 ‘내 사랑이 당신을 구할 것이다’란 식으로 나타납니다. 이 자만 때문에 남들보다 자기 인식과 숨겨진 이기주의를 깨닫기 어렵습니다. 당신은 ‘내적 관찰자’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타고난 주관주의를 과감히 버려야 합니다. 1유형이 자기 분노를 숨긴다면, 2유형은 자기가 그토록 결핍되어 있다는 사실을 숨깁니다. 언젠가는 자신의 거짓 사랑 때문에 2유형은 자신의 가장 깊은 욕망의 대상을 파괴할 수도 있습니다. 

이들의 방어기제는 ‘억압’입니다. 1유형처럼 이들도 부정적인 충동과 감정을 억압합니다. 공격과 성적인 영역에서 더 그렇습니다. 2유형은 ‘당신은 나를 미치게 하고 있다’는 것과 ‘당신이 나에게 관심을 쏟고 있다’를 구분하기가 어렵습니다. 양쪽다 사랑의 거부를 초래할 수도 있는데 대개는 당신이 어떤 기분인지 다른 사람들은 쉽게 알아차립니다. 자기 감정을 감추지도 않고 공개적으로 보여주지도 않기 때문에 간접적으로 표현을 합니다. 

당신에게 적절한 충고는 ‘자유’입니다. 마음속 깊이 갈망하는 자유는 그동안의 조종과 거짓사랑, 의존, 자기 학대라는 게임을 끝낼 수 있습니다. 자기가 한 때 관심을 가졌던 사람들을 소유하려는 욕망을 버리고 자유롭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남들에게 지지받는 데 좌우되지 않으려면 깊은 상실을 경험해야 하고요. 이것이 자기인식을 이끌고 자유로 가는 출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가슴 중심의 유형과 마찬가지로 혼자 있을 수 있는 장소를 가져야 합니다. 김혜수씨 자신은 충분히 더 관계에서 자유로워야 합니다. 그리고 1유형이 자기의 공격성을 나타내는 훈련을 해야하듯이 2유형은 자기가 바라는 바를 표현하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좋지 아니한家>에서 당신의 캐릭터 괜찮았습니다. 털털한 노처녀 역할 좋았습니다. 그런데 약간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습니다. 원래 영화자체가 캐릭터들의 욕망이 드러나지 않은 면도 있고 당신이 극중 비중있는 역할이 작아서 그렇겠지만. 당신의 캐릭터가 옛날로 다시 돌아가는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저 명랑하기만한 당신의 모습으로요. 

마지막으로 당신은 4유형으로 가면 좋습니다. 위의 표를 보시듯이 당신의 위안점은 4유형입니다. 4유형의 근원적인 것에 대한 갈구와 자기성찰과 자신의 어두운 면을 봐야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스스로 돌아보면 자만심이 부서진다고 하는군요. 그리고 4유형의 ‘나는 특별한 존재다’를 받아들이시면 좋습니다.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제는 자신을 위해서 삶을 즐겨야 합니다. 더이상 까닭 없는 기대로 자신과 타인들에게 지나친 부담을 주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8유형-힘이 있어야 한다-으로 가는 것은 매우 좋지 않습니다. 타인에 대한 배신감이 폭력적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분홍신>을 생각해 보자구요.)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당신 그대로가 좋습니다.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김혜수의 필모그래피]


바람피기 좋은 날 (2007) - 이슬

타짜 (2006) - 정마담

좋지 아니한家(좋지 아니한가) (2006) - 이모 미경

분홍신 (2005) - 선재

얼굴없는 미녀 (2004) - 지수

YMCA 야구단 (2002) - 민정림

쓰리 (2002) - 아내

신라의 달밤 (2001) - 민주란

닥터 K (1998) - 표지수

투 타이어드 투 다이 (1998) 

찜 (1998) - 채영

미스터 콘돔 (1997) - 성희

체인지 (1996) - 지하철여자

닥터봉 (1995) - 황여진

남자는 괴로워 (1994) 

영원한 제국 (1994) - 윤상아

블루시걸 (1994) - 채린

연애는 프로, 결혼은 아마츄어 (1993) 

첫사랑 (1993) - 박영신

잃어버린 너 (1991) - 김윤희

오세암 (1990) - 안젤라수녀

그 마지막 겨울 (1988) - 영애

어른들은 몰라요 (1988) 

수렁에서 건진 내딸 2 (1986) 

깜보 (1986) - 나영



** 이글은 제가 온라인 영화비평 네오이마주 [시나리오 읽어주는 여자] 칼럼에 2007년3월에 게재한 바 있습니다. **




Posted by sheis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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