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고 싶은 배우 임창정씨에게.


항상 모든지 열심히 하는 임창정씨 안녕하세요. 영화배우란 생각이 잘 들지 않았는데 필모그라피를 보니 영화를 꽤 많이 찍으셨더군요. 가수인가 배우인가 항상 헷갈렸는데 말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영화속에서 계속 당신을 봤는데도 배우라는 인식이 되어있질 않았네요. 죄송합니다.


3유형은 모든 것이 덧없다는 것을 한때 알고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불안정하고 덧없이 지나가며 우연적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나는 내가 떨어져나가지 않는다는 것을 경쟁과 과잉생산을 통해 증명할 거야’라고 생각했습니다. 확실히 3유형은 남들에게 믿음을 주는 편안함과 확실성을 발산하는 특별한 재능이 있습니다. 다른 이에게 영감을 주고 동기를 부여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돕습니다. 3유형은 가슴 중심사람들(2,3,4유형)중에 중심 유형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자신의 감정을 잘 아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2유형들이 ‘당신은 나를 좋아하는 가?’를 묻는 것과는 달리 당신은 ‘나는 출세하고 있는가? 나는 성공하고 있는가?’하고 묻습니다. 


당신들은 흔히 어린 시절에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랑을 받기보다는 성공했거나 남에게 내세울 만한 특별한 무엇인가를 성취했을 때 칭찬을 받았습니다. “너는 훌륭한 아이다. 우린 네가 자랑스럽다.”이렇게 말이죠. 그래서 점차 성공을 이상화하면서 ‘내가 이겼을 때 나는 훌륭하다’라는 좌우명을 키워왔습니다. 


임창정씨, 당신이 찍은 영화를 쭉 돌아보면 눈물겹습니다. 당신은 영화속에서 무엇인가 이루려고 정말 무지 노력합니다. 때로는 여자의 사랑을 얻어 보겠다고(색즉시공), 혹은 동료가 훔쳐간 조직의 돈을 찾겠다고(시실리 2km), 죽어가는 아들의 소원을 들어주겠다고(파송송 계란탁), 가난하지만 아내와 행복하게 살아보겠다고(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작은 가게라도 해서 돈 좀 벌어보겠다고(비트), 백수지만 사람답게 살겠다고(위대한 유산) 당신은 몸부림을 칩니다. 때로는 시체도 치우고, 칼로 사람을 찌르기도 하고, 똥도 푸고, 국토 종단을 하기도 하고, 염도 하고,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기도 하고, 차 트렁크에 갇히기도 하고, 정액도 먹고... 정말로 생쇼를 합니다. 


3유형은 정말 열심히 일하며 자신의 일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붓습니다. 사람들은 그 부류의 사람들이 자기 일의 경지를 터득했다고 생각하며 성공했다고 받아들입니다. 대부분의 3유형들은 육체적으로도 매력적입니다. 어릴 때부터 잘생긴 아이일 확률이 높습니다.  당신이 제일 처음 찍은 영화라고해서 <남부군>을 봤는데요. 망가지는 캐릭터로 굳혀지기 전이라 그런지 마스크가 나쁘지 않더군요. 하여튼 대부분의 3유형은 낙천주의자에 기운차고 지적이며 정력적이고 생산적인 사람으로 비춰진다고 합니다.


슬프지만... 3유형이 주부 노릇만 한다면 그들은 현모양처입니다. 친밀한 관계에서는 사랑하거나 사랑받는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합니다. 낭만이 필요할 때는 또 그렇게 행동합니다. 어떤 집단이든 모범이 되어 그 집단의 기대와 가치를 실현합니다. 그래서 3유형의 남자와 여자들은 ‘남성성’과 ‘여성성’에 대한 현재의 사회적 규정에 매우 잘 맞습니다. 그러니까 마초적이거나 근육질의 남자를 말하는 게 아니라... 시대가 요구하는 남성 말입니다. 여성에게 조금 더 성의를 보여주려고 애쓰는, 뭔가 부족한 구석이 있는, 약간은 털털하고, 약간은 멍청해 보이는 그런 것들 말입니다. 여기서 3유형의 가치라는 것이 반드시 일반적인 것은 아닙니다. 자기가 속한 집단의 방식을 따르기 때문입니다. 임창정씨는 자유분방한 것 같지만 연예인이라는 집단의 가치에 맞도록 적응된 것이 아닌가 생각도 듭니다. 그러니까 밖으로 보여지는 이미지가 말입니다. 2유형이 남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었을 때 모든 일을 다 하듯이 3유형은 남에게 칭찬받기 위해서 모든 것을 해냅니다. 더군다나 2유형 보다 더 다른 사람들의 반응에 좌우되지만 당신의 그런 마음이 겉으로 드러나는 것은 아닙니다. 



<행복한 장의사>나 <위대한 유산> 같은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당신이 무엇인가를 위해서 뭔가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백수생활을 즐기며 밥벌이를 강요하는 가족에게 수동적으로 저항을 합니다. 신자유주의적인 경제체제에서 중산층이나 주류에 속하지 못하는 사람은 나병환자처럼 취급당하고 열등한 사람으로 간주되기 쉽습니다. 보통은 3유형은 그런 비주류의 사람이 되기를 겁내하고 비난합니다. 이 ‘효율성’ 즉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기본적으로 가정되는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 출세할 수 있다’가 근본적인 3유형의 딜레마인 것을 생각하면 위의 두 가지 영화는 좀 의외입니다. 물론 끝내 당신은 장의사가 되고 학원에 나가 강의를 하게 되지만요. 제 생각에는 3유형의 딜레마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자기 일에 몰두함으로 자신을 위협에서 보호하는 3유형의 방어기제는 ‘동일화’입니다. 그래서 자기가 속한 그룹의 비판을 받아들이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실패’는 특히 3유형의 회피입니다. 성공하지 못한 3유형보다 더 비극적인 것이 없는데 임창정씨가 연기한 많은 캐릭터들이 이 경우에 해당합니다. 실패할 경우 당신은 부분적으로 승리한 것으로 간주하거나, 실패의 원인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거나, 혹은 또 다른 과제를 열심히 하는 것으로 자신을 보호합니다.


3유형이 느끼는 성공의 압박감은 그들의 근원적인 악인 ‘거짓’이나 ‘기만’을 불러옵니다. 이기기 위해서 진실을 가장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위대한 유산>에서 보면 부잣집에서 잃어버린 아이를 찾는 광고지를 보고 바로 김선아씨를 앞세워 그곳을 찾아갑니다. 상황자체는 거짓이 아니지만 임창정씨는 마음에도 없는 가식적인 태도를 보여줍니다. 그런데 그게 무척 자연스럽습니다. 거짓말도 아니고 악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의 그 태도가 3유형의 모습 그 자체입니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에서는 아내에게 취직해서 회사를 잘 다니고 있다는 작은 거짓말을 합니다. 물론 관객들은 당신의 사정을 알기 때문에 이해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당신의 약함을 알고 동정하고 때로 웃습니다. 


거짓보다 나쁜 것은 ‘자기기만’입니다. 미성숙한 3유형의 거짓말은 스스로 알아내기가 어렵게 변합니다. 거짓말을 진실이라고 자기 자신부터 납득시키기 때문입니다. 자기 확신에 차있는 당신을 우리는 믿어줍니다. 흔히 3유형들은 소문난 중고차 영업사원입니다. 그들이 내놓는 제안들을 좋은 것처럼 생각됩니다. 결국은 그것이 동네에서 제일 좋은 중고차라고 믿게 됩니다. 왜냐면 그들이 제일 먼저 자기 자신을 팔고 있기 때문입니다. <색즉시공>을 보면 당신은 별짓을 다합니다. 영화의 클라이막스에서 당신은 하지원씨에게 미역국을 끓여주고 그 앞에서 자기 자신을 다 보여줍니다. 양파를 눈에 비비기까지 하며 하지원씨를 웃겨주려고 하지요. 제가 당신을 3유형으로 꼽은 것은 이 영화 때문이었습니다. 자기 자신을 기꺼이 팔고 있는 당신을 봤기 때문입니다. -사실... 당신이 선택한 극중 캐릭터들을 보면 전혀 3유형처럼(성공한 사람) 보이지는 않죠 -


미성숙한 3유형이 빠지는 함정은 ‘허영’이라고 합니다. 겉으로 드러난 것이 근본적인 것을 압도합니다. 자기 몸속에 자신이 있지 않고 마치 그 옆에 있는 것처럼 스스로를 지켜보며 살아갑니다. 3유형은 타고난 배우들입니다. 몇몇은 최상급 연기자가 된다고 합니다. 3유형의 고통스런 자기 인식이 시작되면 그동안 자기가 저지른 크고 작은 거짓을 거부해야만 자신에게 주어진 재능을 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3유형에게 적절한 충고는 ‘희망’이라고 합니다. 표면적인 성공 너머에 있는 희망을 통해서 깊이를 얻고 순간적인 실패를 참고 견딜 수 있습니다. 모든 가슴 중심 유형들(2,3,4)은 때때로 자신의 진정한 감정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끊임없는 뭔가를 하고 있는 3유형들의 내면은 자주 파괴가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2유형처럼 3유형도 혼자 있는 것을 배워야 합니다.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배우지 않고, 그저 존재하기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때가 옵니다.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에서 보면 고소영씨에게 자신을 어필하기 위해서 무지 애씁니다. 그녀는 그런 당신의 노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저 당신 자체가 좋아서 당신을 택한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열심히 노력하는 3형은 사실 문제될 것이 전혀 없습니다만 그것이 당신이 인격적으로 성숙하는 데는 상당한 걸림돌이 됩니다. 


그리고 당신이 생애 초반에 발전시킨 날개는 2유형입니다. 기꺼이 남을 도와주고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상냥한 마음씨가 영화속에서 보입니다. 이제 나머지 한 가지 날개를 발전시키면 좋습니다. 4유형의 독특하고 멋져 보이는 날개를 찾으세요. <시실리 2km>에서 그 날개가 나올락 말락 했는데 말입니다. 지금은 서민형 인간을 주로 연기하시는데 스타일리쉬하고 근사한 인간도 가능할 거라 생각합니다.



위의 표를 보면 당신은 6유형으로 가는 것이 좋습니다. 충실함과 신뢰에 문제가 있는 당신이 추구해야 할 길입니다. 자기의 역할을 벗고 자신을 상대에게 내맡기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런 것들이 역할 고착을 극복하고 내면을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반대로 9유형으로 가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항상 바쁜 당신이 9유형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얼핏 보면 그럴듯합니다. 그러나 9유형으로 가면 삶은 공허하고 의미 없어 보입니다. 더 이상 아무 역할도 하지 않는 퇴행된 3유형은 자살 위험도 있다고 합니다.)

실제의 임창정씨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합니다. 그저 영화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이미지만 가지고 논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영화 속에서 온갖 나쁜 일을 저지르더라도... 인간미를 잃지 않는 당신이 좋습니다. 계속 실패하기만 하는 당신의 무리하고 무모한 도전들도 아름답습니다. 다음에는 좀 편안한(?) 영화를 해야 할 텐데. 너무 무리한 미션들이 안타깝네요. 당신을 보면 배우하는 것도 쉽지 않겠다... 그런 생각이 드니까요. 임창정씨 힘내세요!


[임창정의 필모그래피]


1번가의 기적 (2006) - 필제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2005) - 김창후

파송송 계란탁 (2004) - 이대규

시실리2km (時失里 2km) (2004) - 양이

낭만자객 (2003) - 갑옷귀신

위대한 유산 (2003) - 창식

색즉시공 (2002) - 장은식

해적 디스코왕 되다 (2002) - 봉팔

자카르타 (2000) - 블루

행복한 장의사 (1999) - 장재현

세리가 돌아왔다 (1999)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1998) - 김범수

엑스트라 (1998) 

비트 (1997) - 환규

게임의 법칙 (1994) - 삐끼1

걸어서 하늘까지 (1992) - 정만

섬강에서 하늘까지 (1992) - 구대훈

장미여관 (1990) - 녀석

남부군 (1990) - 전세용


PS: 본문의 에니어그램 이론은 [내 안에 접힌 날개]에서 인용하였습니다.



** 이글은 제가 온라인 영화비평 네오이마주 [시나리오 읽어주는 여자] 칼럼에 2007년4월에 게재한 바 있습니다. **





Posted by sheis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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