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고른 이유는 홍보대행사에서 일하고 있는 언니가 작년에 개봉한 영화중에서 규모에 비해서 ‘애인’이 성공적인 홍보 사례로 뽑히고 있다고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돈을 들이면 광고, 공짜로 기사가 나가면 홍보라는데 이슈거리를 잘 잡아서 언론에는 많이 나갔다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매체가 협조적이었으나 역시 흥행에는 실패한 것으로 알고 있다.

내용면에서 좀 아쉬운 작품이지만 연말에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간 것이 가여워 한번 읽어보려고 한다.


! 영화가 하나의 문장이라면

영화에 나오는 소품과 배우가 내뱉는 말들은 앞뒤 댓구가 맞기마련이다. 별로 필요 없어 보이는 대사들도 나중에는 이유가 있다. 이것은 아무리 허접한 영화라도 딱딱 맞는다. ‘애인’은 영화에 뜬금없는 대사와 행동이 많이 있어서 저 씬은 왜 들어내지 않았을까 싶은 부분들이 눈에 띄였는데 시나리오를 보니 원형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크게 영화 하나도 하나의 문장이라고 생각한다면 ‘문장의 호응’이 되는 부분이 존재한다. 이것이 한쪽만 들어가면 참 이상하게 짝이 없다. 왜 한쪽만 들어냈을까?


#57. 가라오케

... (중략) ...
남자, 무릎을 꿇으며 여자의 스커트 속으로 파고 들어간다.
짧은 신음소리를 내는 여자. 그녀의 신음소리는 점점 커져간다.
여자의 터져 나오는 신음소리, 반주 음악과 섞여 묘한 리듬감을 만든다.
이제 반주 음악도 끝나고 여자의 신음소리만 들린다.
여자, 한 손으로 가방을 뒤져 핸드폰을 꺼내들고 1번을 누른다.
플립 창에는 ‘내 사랑’ 이라는 문자와 전화번호가 뜬다.
여자의 핸드폰에 매달린 작은 매듭이 출렁거리고 있다.

여자    (목소리를 가다듬고 태연하게) ... 어디야..? 나..? (입술을 깨물며) 궁금해..?
    (남자의 머리를 자신의 허벅지로 조르며) ...왜 갔어?...

여자, 핸드폰의 송화구를 손가락으로 막으며 숨이 끊어 질 것 같은 신음 소리를 한번 내고
    다시 전화 받는다.

여자    ...아까 왜 갔니?... 나랑 섹스 할 때 좋아? 나랑 섹스 하는 게 재밌니?
    난 재미없어...! ...다, 재미없어...!!

하며 여자 핸드폰 파워를 꺼버린다.
여자, 몸을 일으키는데 남자 화난 표정으로 여자의 몸에서 떨어져 바로 앉는다.
남자의 얼굴은 기묘하게 굳어있다.
여자, 뜨악한 심정으로 머리를 쓸어 올리며 숨을 가다듬는다.
일순간 방안 가득 냉랭한 기운에 감싸인다.

남자    ...지금까지 나랑 하면서 그 놈 생각했던 거야? ...남편이야?
여자    ...
남자    아님 애인...?
여자    ...좋을 대로 생각해...
남자    ...왜, 그 자식은 이렇게 안 해주니?
여자    (실소) ... 너도 별수 없구나... 너 지금 오바하고 있다는 거 아니?

여자, 갑자기 가방과 옷을 챙기고 일어서 경멸의 눈동자로 남자를 쏘아보며..

... (중략) ...


위 씬은 아래 씬과 호응을 이루게끔 처음에 설계가 된 것이다. 아래씬은 영화에서는 삭제되어있는데 그렇다면 위씬에서 ‘너 지금 오바하고 있다는 거 아니?’란 대사를 지웠어야 한다.
댓구를 이룰 때는 처음에 나오는 행동은 다음에 나오는 것을 위한 장치일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한쪽만 남은 행동은 목적을 잃고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것으로 남는다.

이 영화에서는 댓구가 되는 대사나 행동들이 몇 번이나 짝을 잃어버리고 무의미하게 화면만 채우게 되는데 그 점이 좀 아쉽다.


#59. 가라오케 앞

힘없이 돌아오는 남자. 가라오케 앞 조그만 화단 앞에 앉는다.
남자, 난감한 표정으로 하늘을 본다. 착잡하다.
잠시 후 여자가 가라오케에서 나온다. 그녀의 팔엔 남자의 가방이 들려져 있다.
여자, 남자와 눈이 마주친다.

여자    ...꼴이 그게 뭐야...?

여자, 걸어와 남자 곁에 다가가 앉는다.

남자    ...왜 왔어...?
여자    내가 내기로 했잖아... 당신 돈 하나도 없잖아...
남자    ...
여자    ...나 안보고 싶었어?
남자    ...
여자    보고 싶었지?
남자    ...지금 오바하고 있다는 거 아니?

남자의 얼굴을 한참 들여다보던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그의 어깨에 가만히 기댄다.
둘은 그렇게 한동안 앉아있다.



? 남자와 여자

작가에게 미안한 이야기지만, 사실 시나리오 자체는 소설식 지문에 낡은 느낌의 대사가 오고간다. 아마도 주위에서 진부하다는 평을 개인적으로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영화는 2005년 현재로 좀 더 세련되어 지고 좀 더 현실적으로 바뀌어 다행이다.

시나리오를 보면서 처음에 제일 눈에 띄는 부분은 주인공들의 이름이다. 이들은 이름이 없다. 단지 남자 여자로 받아들여진다.

#11. 북 카페 앞

    붙어있는 고은의 시.
    이곳에서 나는 나 혼자가 아닙니다.
    이곳에서 나는 당신의 당신입니다. 두 사람의 숲. 헤이리.
    여자와 남자, 그 시를 물끄러미 보고 있다.

여자    여기... 왠지 마음에 들어요.

    여자, 고개 들어 연못 위에 자리 잡은 나무 한그루를 바라본다.
    고인 물의 파문을 바라보다 문득 묻는 남자.

남자    이름이 뭐예요?
여자    여자요...
남자    예쁘네.
여자    그쪽은요?
남자    남자요.
여자    유치해.

    남자, 웃는다. 여자도 쫓아 웃는다. 


둘이 처음 만나게 되는 곳은 엘리베이터지만, 서로에게 눈길이 간 곳은 거의 반나절을 함께 보낸 파주의 예술가 마을 ‘헤이리’이다. 거기라면 그런 일이 일어난데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어딘가 낯설고 휑한 고급스런 공간 말이다. 붕 뜬 것 같은 그 비현실에서 히끄므레하고 젠틀한 멋진 남자를 보게 된다면 어느 여자라도 한번쯤 흔들리지 않을까.

이성으로 강하게 느껴서 원나잇 스탠드를 하게되었겠지만, 아래씬처럼 둘은 그저 서로 ‘놀’ 상대가 필요했을지도 모르겠다.

#10. 갤러리 내 옹기 전시장

    옹기들이 전시된 곳으로 나오는 여자.
    좁은 복도를 따라 갖가지 옹기들이 진열되어 있다.
    여자, 옹기들을 둘러보며 슬쩍 주위를 살펴본다. 자신도 모르게 남자를 찾고 있다.
    남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여자, 계단을 올라가 야외카페가 있는 곳으로 나가본다.
    그곳에도 남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여자의 얼굴에 약간의 낙망한 표정이 스친다.
    그런 여자를 지켜보고 있는 누군가의 시선이 잡힌다.
    남자, 이층 전시장 한 곳에서 여자를 지켜보고 있다.
    여자, 천천히 전시장안으로 들어와 진열된 자기들을 보기 시작한다.
    남자, 소리 없이 여자의 옆으로 다가가 선다.

남자    나 찾았어요?

    흠칫 놀란 여자, 순간 옆을 돌아보다가 남자와 몸을 부딪힌다.
    숄더백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남자, 허리를 굽혀 떨어진 백을 주워들고 웃는다.

남자    왜 날 찾으러 다녔죠?
여자    (당황스런 얼굴로 백을 받아든다) ...누가요?
남자    (여자를 빤히 보며) 찾았잖아요. 조금 전에. ...아니예요?
여자    (눈길 피하지 않고) 당신이 날 따라왔었잖아요.

    남자, 여자를 빤히 바라보다가 피식 웃는다.
... (중략) ...

남자    뭐 말 안해도 좋아요. 지금부터 뭐할 거죠?
여자    그건 왜요?
남자    놀아요, 우리.
여자    (멈춰 서서 남자를 돌아본다) ...내가 왜 당신이랑 놀아야 되죠?
남자    누구랑 뭘 하고 놀아야 하지? 하는 얼굴이예요, 지금.
    내가 놀아준다니 고맙지 않아요?

    여자, 황당한 표정으로 남자의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여자    ...항상 그렇게 자신만만해요?
남자    나 약한 남자예요. 거절당하면 울지도 몰라요.

    여자, 웃어야 할지 화를 내야할지 모를 얼굴로 남자의 얼굴을 본다.
    내심 망설이고 있다.

남자    ...이렇게 생각해 보죠... 우리.
    당신은 이곳에 처음 왔어요... 낯선 길이죠... 조금은 두려울지도 몰라요.
    난 이곳에 마지막으로 왔죠... 내일 이곳을 떠나니까요... 영영 돌아오지 않을 생각이예요.
    이곳에서 당신과 내가 만났어요. 여기 마지막으로 온 나와 여기 처음인 당신...
    하루의 인연치곤 꽤 괜찮은 인연이지 않나요?
    근사한 여행의 길친구를 만나는 건, 그렇지 않은 것 보다 천구백팔십사만배쯤 행복한 일이죠.

    여자의 얼굴에 설핏 미소가 떠오른다. 그러나 이내 감춘다.

... (중략) ...


남자건 여자건 상대방이 마음에 들 때는 분명히 외모 중에 한군데 이상이 좋아 보인다. 그것이 넓대대한 등짝이든 귀여운 코끝이든 못생긴 둘째 발가락이든 말이다.

이 영화에서는 작업 거는 남자의 그럴듯한 변명으로 그녀의 발목이 나온다. 평범하면서도 살짝 웃음이 나온다. 이래서 손목하고 발목이 가는 여자가 한 없이 부럽더라...




#33. 숲속

    한적한 숲길로 접어드는 둘..
... (중략) ...

여자    저기 좀 앉자.. 발이 아퍼.

    여자, 풀밭에 앉아 발을 꼭 죄고 있는 높은 샌들을 푼다.
    남자, 여자의 발로 손을 뻗는다.

남자    어디 봐.
여자    만지지마.
남자    ...괜찮아.

    남자, 여자의 발을 잡더니 부드럽게 주무르기 시작한다.
    여자, 역시 조금 쑥스러운 듯 발을 뺀다.

여자    그만해... 괜찮아.
남자    (놓지 않고) ...아까 엘리베이터에서 왜 술 마시자고 했는지 물었었지?
    당신 발목 때문이야. 잡아보고 싶었어.
여자    (웃는) 웃긴다.

    남자, 웃지 않고 정말 진지하게 여자의 발목을 손으로 동그랗게 잡아본다.
    여자, 웃음을 그치고 그런 남자를 가만히 본다.
    순간 장난스러운 눈으로 여자를 보는 남자.

남자    근데 당신 그 말, 진짜야?
여자    아, 내가 이럴 줄 알았어. 

    여자, 흘겨보며 발목을 뺀다.
    남자, 웃으며 다시 잡는다. 여자 다시 발목을 빼려한다.
    놓지 않는 남자. 그대로 그녀 위로 올라가 그녀를 덮쳐버린다.
    깔깔거리며 웃다가 서로를 마주보는 남자와 여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격렬히 키스한다.
    여자, 입술을 떼고 열에 들뜬 얼굴로 남자를 바라본다.

여자    정말 미치겠다... 나 오늘 왜 이러니...
    머리는 이러면 안돼 하는데.. 마음이 저절로 움직여.. 입이 저절로 움직여..
    정신을 차려보면 몸이 막 움직이고 있고.. 입이 아무거나 말하고 있어..
    당신... 누구야?
남자    (물끄러미 보다가) ...당신은 누군데?

    여자, 피식 웃는다.
... (중략) ...


그들은 왜 서로에게 이끌리는가. 영화는 그것이 여자이고 남자이기 때문이라는 명쾌한 해답을 가지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래... 무엇이 더 필요하랴?


, 욕망의 주체인가 대상인가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에서도 여성이 성적 욕망의 대상으로만 나타나는 것에 대해서 논해보려고 한다. 참 원론적인 이야기고 또 말하기 촌스런 주제이지만 그래도 말해야겠다.

‘애인’의 주인공은 ‘여자’이다. 그녀가 어느 날 우연히 만난 남자에게 이끌려 하루를 보내면서 섹스도 하고 밥도 먹고 잠도 자고 얘기도 한다. 그녀는 조금 있으면 결혼을 할 예정이고 차림새와 말 본새를 보면 중상층의 보통여자다. 직장은 다니지 않는 것 같지만 매듭공예를 취미나 혹은 업으로 할 정도로 자기 일은 있고, 아무 때나 어느 남자라도 좋다는 여자는 아니다.

영화에서는 키가 크고 미인인 여배우가 나와서 ‘심심해서 죽겠으니 나랑 좀 하자’는 식으로 그림이 나오고 있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사람으로 묘사가 된다. 게다가 화면은 그녀의 몸을 관찰하고 있다.

카메라가 그 대상을 비추고 있다고 손 치더라도 적어도 시나리오는 그 여자의 ‘몸’을 흝어내리고 있으면 안된다고 본다. 쾌락의 대상인 그녀가 아닌, 쾌락을 느끼는 혹은 느끼고 싶어하는 그녀를 그려야 한다. 그렇다면 시나리오는 아름답게 느끼는 그녀의 발목을 비출게 아니라 그 남자의 넓은 가슴과 따뜻하고 커다란 손을 응시했어야 한다. 그녀가 삶의 권태이든 외로움이든 누군가를 필요로 했다는 그 열망이 시나리오 어디에도 없다.


#3. 엘리베이터 앞

    걸어온 여자, 엘리베이터 앞에 서서 버튼을 누른다.
    그때 남자의 손가락이 그녀의 손가락 위에 덮여진다.
    흠칫 놀라 손가락을 빼고 서로 멋쩍은 목례를 나누는 여자와 남자.
    여자와 남자, 나란히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그들이 있는 곳은 29층이다. 엘리베이터는 서서히 올라오고 있다.

    남자, 여행 팜플릿을 뒤적이다가 흘끗 여자를 본다.
    그의 시선이 그녀의 희고 단아한 이마.. 오만한 듯 꼭 다물린 산호빛 입술.. 가늘고 흰 목선과 끝까지     단추를 잠근 하얀 블라우스.. 봉긋한 가슴.. 타이트한 치마선을 따라 드러나는 부드러운 힙.. 희고 매    끈한 종아리를 지나.. 가느다란 하얀 발목에 멈춘다.

    여자, 무표정하게 서 있는 듯 하지만 남자를 의식한다. 
    두 개쯤 단추가 풀린 흰 셔츠에 편안한 면바지.. 맨발에 갈색 가죽샌들..
    근육이 적당히 솟은 팔뚝.. 자연스럽게 흐트러진 머리.. 손에 든 여행 팜플릿..
    남자가 든 여행 팜플릿엔 파란 하늘과 눈이 시리도록 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다.
    그 팜플릿 사진을 물끄러미 보고 있는 여자의 시선.. 
    남자의 시선이 흘끗 여자의 시선을 향한다.

    여자, 엘리베이터 도착하는 소리에 흠칫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든다.
    내려온 머리를 쓸어 올리며 옅은 한숨을 내쉰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
    바깥 전망이 보이는 엘리베이터다. 아무도 타고 있지 않다.
    여자, 잰걸음으로 먼저 타고 지하3층을 누른다. 남자도 천천히 따라 탄다.


처음으로 영화를 찍는 것은 작가의 머릿속이다. 필름만 넣지 않았지 누구라도 자신만의 영화를 찍는다.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시나리오를 받아든 투자자들도 배우들도 자신만의 영화를 머리로 찍는다.

욕망의 대상으로만 비춰진다는 것. 특히 카메라가 그런 관습을 깨뜨리는 것은 쉽지 않다. 완성물의 시선이 바뀌더라도 처음 시나리오의 시작은 그렇지 않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작가의 머릿속을 탓할 밖에...

반대로 카메라는 정말로 여자만 좋아하는 ‘남성성’을 가지는가? 그렇다면 왜 로맨스나 멜로 영화의 카메라는 여성의 몸을 비추지 않고 멋진 남성을 바라보는가.    

결과물을 보면 만드는 사람들이 의도했건 아니건 간에 영화 ‘애인’은 ‘남성’관객을 겨냥했다고 밖에는 볼 수 없다.




#85. 해장국집

부글부글 끓고 있는 감자탕 냄비를 마주하고 있는 두 사람.
남자, 여자의 앞으로 수저를 꺼내 놓는다.
여자는 벽에 기대앉아 멍하니 아직 깨어나지 않은 새벽을 바라보고 있다.
남자, 여자에게 물을 따라주려 물병을 드는데 물이 차다.

남자    여기, 따뜻한 물 한잔만 주세요... (하며 자기 잔엔 찬물을 따른다.)

... (중략) ...

여자    당신하곤 친구 안해.
남자    왜?

여자, 먹던 수저를 놓는다. 그리고 남자를 빤히 본다.

여자    당신... 그런 여자 있어?
    너무 좋아서...미치게 좋아서...누구한테도 말하고 싶지 않은 여자...
남자    ...
여자    나... 좋은 남자에 대한 추억 하나쯤 갖고 싶어...
    너무 좋아서 누구한테도 말하고 싶지 않은 남자 말이야. 내가 할머니가 되어서도... 죽을 때도...
    행복한 추억으로 기억할 수 있는... 그런 남자...

남자,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여자    당신도 좋은 여자, 추억 하나 쯤은 갖고 싶지 않아?...
    난 당신에게 그렇게 기억되고 싶어... 당신이 날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남자    (여자를 빤히 쳐다보다가) ...당신 정말 나쁜 여자다...
여자    ...어... 나 나쁜 년이야...

여자, 눈물이 나려하자 얼른 시선을 내리고 다시 감자탕을 먹기 시작한다.
    그러다 문득 수저를 멈춘 채...

여자    당신 아까 나한테 실수했다...?
남자    ...?
여자    따뜻한 물만 안 챙겨 줬어도... 다시 만나자고 했을때 그러자고 했을지도 몰라...
남자    ...
여자    (혼잣말처럼) ...정말이지... 쿨 해지기 힘들다...

여자, 그리곤 다시 감자탕을 먹기 시작한다.

여자    이 집 감자탕 정말 맛있네... 그렇지 않아요?

남자, 여자의 갑작스런 높임말에 뜨악한 심정이 되어 여자를 바라본다. <music in>
여자는 남자의 시선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감자탕만 열심히 먹는다.
카메라, 밖에서 감자탕 집을 비춘다. 창가에 앉은 두 사람.. 말없이 감자탕만 먹고 있다.


영화는 멜로영화를 표방하지만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 때문에 줄거리와 내용에 불구하고 마치 성인 남성을 위한 ‘에로물’처럼 보이게 된다. 그래서 “내 남자 모르게 하나쯤 갖고 싶은 愛人”이라는 영화의 한줄 카피가 참 아쉽다.


감독: 김태은/ 각본: 윤창훈 / 각색: 김민주



** 이글은 제가 온라인 영화비평 네오이마주 [시나리오 읽어주는 여자] 칼럼에 2006년3월에 게재한 바 있습니다. **

Posted by sheis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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