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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8.29 <동사서독>... 나는 취생몽사가 필요하다


이 영화가 날 미치게 하는 이유는 이해할 수 없으면서 계속 뇌리에 남기 때문이다.


전체의 기본적인 틀을 이해한 것도 최근의 일로 그것도 번역한 대본 -대사만 나온- 을 읽고 나서이다. 그전에는 특히 동사 황약사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랑의 관계 -복사꽃을 통한 -를 잘못 알고 있었다. 너무나 느리고 이야기 진행이 없어서 급기야는 답답함으로 가슴이 터져버릴 것 같지만, 왕가위 감독의 영화에서 보여지는 그 몽롱한 영상에 취해서 의미도 모를 영화를 보고 또 보고 그랬었다.


술 이름이 취생몽사야. 마시면 지난 일을 모두 잊는다고 하더군. 난 그런 술이 있다는 게 믿어지질 않았어. 인간이 번뇌가 많은 까닭은 기억력 때문이란 말도 하더군.


처음 영화에 관심을 가지게 된게 아무래도 중고등학교 때 비디오로 홍콩영화를 볼 때가 아닌가 싶다. 그것은 너무나도 강렬해서 평생 잊혀지지 않는다. 그것은 작품의 질과 재미와는 무관하다. 그 영상이 통째로 머릿속을 점령해서 마치 초등학교 졸업앨범이나 어린시절의 가족사진처럼 나의 소중한 추억으로 내면화된다.



최근에 선리기연이란 주성치 영화를 보는데, 마지막 장면에서 뜬금없이 눈물이 쏟아졌다. 알고보니 OST가 동사서독에 쓰였던 거였다. 그 음악에 이미 내 몸은 반응하고 있었다. 내가 어린새도 아니련만 홍콩영화는 내 인생에 이미 각인이 되어 버렸다.


강호를 떠도는 건 힘든 일이야. 무공을 알면 많은 일을 못하지. 밭 갈긴 싫지? 산적 짓도 못하고. 약장사는 더욱 하기 싫을 텐데 어떻게 살 거야? 무공 고수도 밥은 먹어야 해.


여왕벌이 하루 종일 알만 낳듯이, 대개의 작가들은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두드리며 면벽수도를 한다. 거의 밥 먹고 화장실 가는 것 이외에 글만 쓰면 한 달 정도면 시나리오가 하나 완성되고 조금 완성도를 가진다면 세 달 정도 시간이 걸린다. 그렇게 지내다 보면, 어느 날 문득 글 쓰는 것 말고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나는 시나리오를 쓰고 있지만, 작가라는 호칭이 적당한지 의문이 든다. 제작년에 공모전에 입선이 된 적도 있고 작년에는 몇 군데 영화사랑 일도 해봤지만 역시 데뷔를 안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자세히 관찰해보면 작가들은 -극장에 영화가 걸린- 서로를 작가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냥 이름을 부른다. 생각해 보면 그것이 당연한데도 하여튼 그렇다.


하여튼 작가 비스므리한 존재로 살게 되면서 강호를 떠돌고 사는게 정말 힘들다는 걸 느꼈다. 서독 구양봉의 말과 똑같아 진다. 자신의 재능 없음을 깨닫고서 접으려고 해도 취직하기는 싫지, 아르바이트하면서 생활을 연명하려고 해도 글 쓸 시간이 없어서 그것도 오래 못하지. 밭도 못 갈고 산적 짓도 못하는 인간들의 최후란 두 가지다. 알콜중독이 되던가 다시 사회로 복귀하던가. 


그러던 어느 날 거울을 보고 졌다는 걸 깨달았어요. 내가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에는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없었죠.


동사서독은 볼 때마다 의미가 틀리지만 마지막에 볼 때는 이 말이 참 좋았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정말로 내가 누군가를 사랑한 적은 있었나, 나에게 사랑하는 사람이란 존재가 있기는 있었나 의문이 든다. 슬픈 일이지만 내가 행복했다면 절대로 글 같은 건 쓰지 않았을 거다. 



잊으려고 노력할수록 더욱 선명하게 기억난다.


영화고 시나리오고 뭐고 다 까먹고 정상적으로 살려고 해도 잘안된다. 누가 나에게 취생몽사를 주시오. 



** 이글은 제가 온라인 영화비평 네오이마주에 2006년2월에 게재한 바 있습니다. **




Posted by sheis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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