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참 좁다는 생각이 든다. 작년 겨울에 어느 감독을 만났는데 양식장을 운영한 적이 있다고 들었다. 아는 후배가 양식장에 와서 쓴 시나리오가 ‘송어’라고 한다. 그 감독과는 서로 대책 안서는 시나리오를 가지고 몇 번 회의만 하다가 헤어졌다. 하기사 아직 데뷔 못한 작가와 데뷔 못한 감독이 무얼 할 수 있었겠는가. 


처음 송어를 본 것은 케이블 TV에서 였는데, 그 감독의 사연을 듣고서 다시 보니 또 달랐다. 영화 속 양식장 주인과는 분명 다른 캐릭터였는데 남의 은밀한 사생활을 엿보는 기분이 든다.


이 영화는 고립이라는 특수한 상황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비겁함과 광기와 폭력을 잘 드러내고 있다. 보통 전쟁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인간의 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것들을 하나씩 꺼내서 보는 재미라고나 할까. 잘 익은 토마토를 누르면 사방으로 파편이 튀듯이 인간들도 살짝 누르기만 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금방 속을 내보이니 말이다.


일단 얘기의 발단은 소시민인 민수(은행대리)와 병관(갈비집 사장)이 휴가차 초야에 묻힌 친구 창현(양어장 주인)을 찾아가면서 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거기서 만난 시골청년과 사냥꾼 그리고 검정개와 송어들이 이 좁은 골짜기에서 이들의 욕망에 동참한다. 



1. 캐릭터가 가져오는 불안


영화에서 처음 긴장감을 유발시키는 존재는 ‘창현’이다. 극중에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이기도 했는데, 다시 영화를 보다가 그의 성격을 드러내는 한 마디 대사에 웃음이 나왔다.


다름 아닌 아래씬에 나오는 ‘아무 생각도 안해’이다. 



보통 이런 말들을 내뱉는 사람을 ‘흥 깨는 사람’이라고 부른다. 아무래도 사회생활 하기에 조금은 힘든 너무나 정직하고 진지한 사람들 말이다. 조직 내에서 소위 ‘정치’를 못하기 때문에 언제나 힘들어 하는 그런 사람들 말이다.


#26. 창현의 집, 마루                밤


모두 다 대마루에 앉아 창현이 생선 머리를 자르고 내장을 꺼내는 것을 본다.


민수  (저쪽 방을 보며) 저것들 벌써 나간 모양이지?

창현  원래 노루 사냥은 밤에 잘 되거던. 낮에 길목을 봐 뒀다가 밤에 서치라이트로....

병관  맞어, 노루는 밤에 빛을 만나면 꼼짝도 못한다며?


창현이 회를 쳐 상에 올리자 모두들 수저를 들지만 속도가 느리다.


창현  맛이 없니?

병관  그게 아니고.... 낮에 너무 먹었더니.

민수  시골에만 오면 느끼는 건데, 인간은 정말 먹고 자고 싸기 위해 사는 거 같아. 오늘만 봐도 그렇지, 도착해서 한 일이라곤 먹고 잔거 밖에 더 있나?

영숙  그래서 속 편한거 아녜요.

민수  (말없이 먹고 있는 창현에게) 넌 무슨 생각하면서 지내냐?

창현  ....아무 생각도 안해.


규칙적으로 잔을 비우며 밥을 먹고 있는 창현을 바라보던 정화


정화  술을 왜 그렇게 많이 마셔요?

민수  내 술 참견도 모잘라 창현이 술 먹는 거까지 챙겨 줄려고?


잠시 주춤하던 정화, 이내 감정을 바꾸며 민수의 팔짱을 낀다.


정화  당신 친구 잖아.

선화  그런데 저 모닥불은 뭐예요?


선화가 가리키는 곳에 모닥불이 보인다.


창현  (픽 웃으며) 태주가 사람들이 오니까 싱숭생승한 모양인데..

선화  싱숭생숭한데 불은 왜 피워요?

창현  (정화를 똑바로 보며) 안 그러면 자기가 거기 있는 줄 아무도 모르잖아요.

정화  ....

병관  우리도 불피워 놓고 한잔 더 하자.


상을 치우기 시작하는 여자들.


그 다음으로 긴장감을 유발시키는 존재는 무식하고 힘만 좋은 것으로 표현되는 엽사 1,2,3 이다. 도시에서 놀러온 두쌍의 부부에게 무차별적인 불쾌감과 굴욕감을 주는 무시하지 못할  이들의 힘은 그들의 짚차와 엽총으로 표현이 된다. 이들의 무례는 정도를 벗어나지만 독특한 면이 보이는 캐릭터다. 배우들이 연기를 잘해서인가? 


#24. 진입로


총을 한 자루씩 들고 뚜껑없는 지프차에 타고 있는 엽사들 세명. 민수와 병관을 데리고 오는 엽사1에게.


엽사2  당신들 사냥하러 온 거요?

민수   (불괘한 표정으로) 주인하고 친구되는 사람입니다만.

엽사1  친구면 친구지 차를 아무렇게나 세우면 어떻게 해?

민수   아니, 말씀이 좀 심하지 않습니까?

엽사2  빼라면 빼지 말이 많아!

엽사3  젊은 양반들, 이 동네 처음 오셨나 본데 여기는....


병관이 뭐라고 말하려다 엽사들의 기세에 질린 듯 차를 옆으로 뺀 후, 내리는 병관, 이를 듣고는


병관   언제 봤다고 반말하는거요.

엽사1  이 자식이 죽으려고 환장을했나.

병관   뭐? 이 자식?


병관의 멱살을 잡는 엽사1, 이에 병관은 맞붙을려고 한다. 옆에서 눈치를 보며 어쩔 줄 몰라하는 민수. 그때 

창현이 내려 오며,


창현   왜들 그러세요?

엽사1  (멱살을 놔주며) 주인 친구라니까 참는다.


병관이 터준 길을 먼지를 일으키며 올라가는 지프차.


민수  아니, 뭐 저따위 놈들이 다 있어?

정화  무슨 일이에요. 여보?

민수  가만 있어봐. 저 사람들 너희 집에 묵는 사람들이냐?

창현  니가 참어라.

병관  무식한 새끼들, 나이가 살려 줬다.


창현에 의해 못이긴 듯이 끌려 가는 민수와 병관.


세 번째 긴장감의 원인은 사냥개를 키우는 시골총각 태주(19세)이다. 민수의 처제 선화에 대해서 성적인 호기심을 보이는 그는 오해로 구타를 당한다. 그가 불안한 이유는 그가 대동하고 다니는 사냥개와 총에 있지 않다. 오히려 청소년들에게서 보이는 심리적인 동요와 불안정한 상태에 있다. 무뢰배인 엽사들보다 순진했던 태주가 일방적인 총격전을 벌인 것도 그런 까닭이다.



2. 부적절한 관계가 낳는 불안


조연들이 불안감을 조성하고 끊임없이 사건을 진행시킬 때, 주연들 또한 각자의 숨겨진 이야기로 나름대로의 극을 이끈다.


우선은 정화(민수의 처)와 창현의 관계가 부적절한 관계로 떠오른다. 정화는 결혼 전날까지도 창현을 찾아가 몸을 섞을 정도로 그를 사랑했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그와 함께살지 못했다. 남편을 따라서 창현을 다시 만나지만 여전히 연극이나 했던 그 때 그 모습으로 남아있는 창현을 동정하기도 하고 술이나 마시며 세월을 보내는 그가 여전히 한심스럽기도 하다.



정화의 사진이 창현의 팜플렛 갈피에서 나왔기 때문에 민수도 이 양어장이 마음에 들지 않기 시작한다. 정화는 결혼을 하고 남편과 함께 찾아와서도 전애인 창현에게 소유욕을 보이며 동생을 질투한다. 정화의 이 신경질적인 상태가 시골청년을 두 번이나 오해 받게끔 하게 한다. 결국은 총격전으로 번진 사건의 시작은 정화이다.


두 번째 부적절한 관계는 창현과 선화이다. 선화는 창현이 언니의 전애인인것을 알면서도 어쩔수 없이 그에게 호감이 간다. 흔히 어린 처자들이 갖는 호기심과 세상에 무서울 것 하나 없는 자신감 때문이다. 선화의 눈빛이 언니의 신경을 긁고 동네 시골청년의 가슴을 긁어 버린다. 


마지막으로 엽사2와 영숙(병관의 처)가 잠깐 덫에 걸린 토끼를 매게로 진짜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데 좀 웃기다. 영숙이 엽사를 거부하지 않은 것은 낯선 공간에서 오는 충동일 수도 있고 그저 자기를 여자로 봐주는 강한 남성에 대한 젊은 여자의 호기심일 수도 있다.



3. 이들을 참을 수 없게 만드는 불안의 실체


하나. 권력관계


영화에서 우습게 된 사람은 세 친구 창현, 민수, 병관이다. 민수와 병관이 별일 아닌 것을 크게 만들게끔 가장 큰 이유는 엽사들의 무례에 있다.


한국사회는 장유유서를 시작으로 하여 여러 가지 사회적인 제약으로 사람을 상하로 분명하게 가른다. 그렇기 때문에 나와 상관없는 사람을 만나면 나이부터 묻는다. 그게 서로 속이 편하다. 직장이라면 나이보다는 지위가 우선한다. 이것이 가족이라면 나이와 사회적인 지위보다는 정해진 서열이 우선한다. 특히 남녀의 혼인으로 빗어지는 수많은 우스꽝스러운 호칭과 존댓말들을 보라.


민수와 병관이 엽사에게 분노하는 것은 처음보는 사람이 우선 반말부터 지껄이는데서 온다. 손위 사람이라도 해도 ‘젊은 사람들이’라고 시작하는 안하무인 태도는 상하 구분이 뚜렷한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말이 통하지 않는 그들과 싸울 수도 없고, 이들은 따져볼 생각도 못한채 그들에게 ‘눈을 내리깔고’ 관계를 시작한다. 이것이 엽사들이 벌인 모든 시비와 행패보다 민수와 병관을 불쾌하게 한다.


극중에서는 친구들끼리의 돈으로 생기는 무의식중의 힘의 우위상태도 나타나고, 부부간의 권력관계도 상세히 보여준다. 부인 앞에서 권위가 떨어지는 것을 남편이 참지 못하는 상황으로 받아들이는데 이부분은 가부장의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다. 


민수와 병관이 그토록 태주에게 화가난 것은, 태주가 선화를 성추행하려했다는 오해보다는 며칠동안 무시당한 자신들의 권위에 있다. 아래씬 태주의 대사에 그 부분이 나와있다.


#77. 양어장


태주, 흙투성이가 된 채 양어장을 향해 필사적으로 달려가고 있고 그뒤를 민수가 쫓아간다.


태주  아저씨! 아저씨.


삽을 들고 일하던 창현이 놀라 바라본다. 이때 민수가 태주를 잡으려 하자, 얼른 창현 뒤에 숨는 태주. 민수

가 온길 쪽에서 병관이 사타구니를 움켜쥐고 엉거주춤 달려온다.


창현 또 무슨 일이야?

민수 넌 가만있어. 이 자식 오늘은 그냥 못 넘어가.


... (중략)...


병관  너 일루 안 건너와!

태주  못 가!

민수  저 새끼 죽을려고.(돌을 집어 던지며) 너같은 놈이 우리처제를 넘봐!

태주  (돌을 피하면서) 에이, 좇 까!


이 말에 안색이 급변한 민수,


민수  저 쌍놈의 새끼


민수  이번에도 물을 건너려다가 옆에 있는 돌만 다시한번 주워 던진다. 태주 날아오는 돌을 잽싸게 잘도 피

해 하나도 맞지 않는다. 창현, 적극적으로 나서서 민수와 병관을 말리며,


창현  그만 가자. 가. 오늘 집에 가야 된다며.


민수와 병관 못이기는 척 창현에게 끌려가며


민수  놔!

병관  에이 시팔 참는다 참어.


병관, 돌아서며 마지막으로 돌 하나 더 던져보지만, 이번에도 피하는  태주. 체념하고 씩씩대며 발걸음을 옮

기는 민수와 병관의 등뒤에다 대고


태주  집에 잘가봐라! 빵구난 차 가지고.


'빵구'라는 말에 민수, 병관 뒤를 돌라본다.


태주  그래, 내가 했다. 이 병신들아.


이 말에 안색이 돌변하는 민수와 병관. 민수,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물을 첨벙첨벙 건너가 다짜고짜 태주를 

후려친다. 병관도 물을 건너가 민수를 거든다. 태주 맞으면서


태주  노루잡는 아저씨들한테는 찍도 못쓰면서 나한테만 지랄이야!


이말에 완전히 팩 도는 병관과 민수. 병관, 태주의 얼굴을 힘껏 후려친다. 비틀거리며 민수쪽으로 가는 태주

를 민수가 잡아서 머리를 물 속에 쳐 넣는다. 민수와 병관 이성을 잃었다. 민수, 태주의 목을 누르면서


민수  어디 물 속에서도 잘난 주둥아리 한번 놀려봐.

병관  어리다고 봐주니까... 이 놈의 새끼, 맛좀봐라.


...(중략)...



둘. 폭력


엽사들은 모욕적인 행동들로 자극 받은 민수와 병관은 태주에게 화풀이를 하다가 태주에게 똑같은 폭력을 당한다. 폭력을 휘두른후 민수와 병관은 마음을 가라앉힌게 아니라 스스로 이미 자기 정당성을 부여하고 태주를 더 나쁜놈으로 몰며 상황을 악화시킨다.


#46.  태주의 집 


고개를 바짝 들고 민수를 노려보는 태주. 

집안의 개들이 모두 미친 듯이 짓어대고 있다. 

병관, 동의를 구하듯 주위를 돌아보면서, 


병관   이 자식좀 봐. 한 마디 사과말도 안하고 노려보는 것 좀 보게 ! 

민수   이 놈이.... 어른이 얘기를 하면 알아 들어야지 !. 


이때 들어서는 선화와 정화,

이를 느꼈는지 태주의 뺨을 후려치는 민수. 고개가 돌아갔다  원위치 되는 태주의 얼굴, 민수와 선화를 번갈

아 본다. 


정화   참고 내려가요. 병관씨, 네? 호기심이 많아서 그런 걸 가지고....


어쩔줄 모르고 서 있는 선화. 


민수   아냐, 이 자식 이거 아주 근본부터 못돼먹었어. 도대체 자식 교육을 어떻게 시켰길래?


병관이 옆에서 태주의 뒷통수를 후려치며, 


병관   눈 내리 깔어, 임마! 안되겠어, 경찰에다 넘겨 버려, 강간미수로.


갑자기 겁먹을 듯한 표정의 태주. 놀라 돌아보는 성희와 눈이 마주친다. 

태주. 무슨 말인가를 하려다 그만두고 개 쪽으로 달려간다. 태주. 아키라를 푼다. 

경악하는 민수 일행. 그때. 


창현   태주야, 임마! 무슨 짓이야! 


태주가 창현을 보더니 그대로 멈춰서 서럽게 운다. 중간에 납작 엎드려 태주와 창현을 번갈아 보는 아키라.

창현, 사태를 파악하려는 듯. 사람들을 둘러보다 정화와 눈이 마주친다. 외면하는 정화. 민수의 눈 속에 들어

오는 창현과 정화의 모습. 이를 느낀 듯 


창현   다들 내려가자. 


어색하게 서 있던 민수와 병관이 따라 내려 간다. 계속해서 산 속을 맴도는 개 짖는 소리.


태주가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억울하게 맞았기 때문이 아니라, 선화앞에서 바보가 되었기 때문이다. 


#95. 양어장


양어장으로 들어온 사람들, 물을 건너 양어장 저쪽편으로 건너려 하고 있다. 창현은 총을 들고 주위를 둘러보고 있다. 이때, 양어장으로 몰려온 개들. 창현이 총을 겨눈다. '탕' 방아쇠를 당기자 개들이 한 마리 한 마리 쓰러져간다. 세 마리 정도 꼬구라졌다.


창현  (선화를 보며) 빨리 건너가.


...(중략)...


태주  날 죽이려고 했지? 니네가 사람이야?

선화  (나서며) 잘못했어요. 참아요.


선화를 쳐다보던 태주, 참았던 감정이 폭발하며


태주  나, 김태주. 아버지가 이 나라의 기둥이 되라고 지어 준 이름이야! 이렇게 산  속에 개 키운다고 무시하지 말라고... 왜 나하고는 말도 안하려고 그러는 거야. 똑같이 산에 있어도 저 아저씨한테는 막 대주면서...


창현이 태주에게 달려들어 총을 뱄으려 하자 태주, 방아쇠를 당긴다. 다리에 총을 맞고 쓰러지는 창현. 사람들의 표정이 공포에 질린다. 쓰러지는 창현을 보고 태주 더욱 흥분한다.


태주  (총끝으로 민수와 병관을 가르키며) 니네 둘 무릎 끊고 빌어.


머뭇거리는 병관과 민수. 민수, 주변의 눈치를 사피다 엉거주춤 무릎을 굽힌다. 병관, 민수와 태주를 번갈아 

보고 망설이는데 이를본 태주.


...(중략)...


태주 니들도 한번 맞아야돼. 서루 쳐.


난처한 표정이 되는 병관과 민수, 머뭇거린다. 선화 태주에게 다가가


선화  태주씨, 이제 우리 둘의 문제 아냐!


야간 주춤하는 태주. 총구를 선화에게 겨누며


태주 비켜.

선화  (더 당당하게 앞으로 나서며) 못비켜!


태주, 순간 당혹감을 느낀다.


선화  나만 있으면 되잖아.


선화, 태주를 뚫어지게 쳐다본다. 태주, 시선을 외면하며 감정이 약간 일어난다. 총구가 조금씩 내려오기 시작한다. 그사이 두사람 너머 상황을 살피던 네사람. 영숙, 말문을 연다.


영숙 (달래는 투로) 처음엔 총간, 우리한테는 고마운 사람이었잖아.

민수 그래, 사실 처제가 처음부터 잘못보고 오해해서 생긴일아냐.

영숙 그러게 행실을 좀 조신하게 했어야지.


순간  아랫입술을 깨문 선화의 눈에 눈물이 핑 돈다. 저쪽에서 민수, 병관일행 슬그머니 일어나 걸음을 옮기

려 한다. 선화이게서 민수, 병관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태주.


태주  안해!


머뭇거리는 민수와 병관. 태주 다가와 민수의 머리를 발로 걷어차고,  민수의 머리통에 총구를 겨눈다. 민수 

서서히 손을 들어 병관의 머리를 툭 친다. 병관도 받아서 툭 친다. 태주,  여자들에게 몸을 돌려 총구를 정화

와 영숙에게 들어대고


태주  장난으로 하면 죽어!


하며 철커덕 장전을 한다. 점점 광기가 깊어가는  태주. 민수, 병관 서로 얼굴을 보다가 민수  조금 더 세게 

친다. 병관은 인상만 긁고 있다.  태주 개머리판으로 영숙의 머리를 날린다.  푹 꼬구라지는 영숙. 이를 보고 

병관도 민수를 세게 때린다. 민수도 같은 강도로 때린다. 점점세지는 두 사람의 때리기.


태주  계속해 이 병신 새끼들아!


태주, 미친 듯이 웃으며 민수와 병관 앞에 총을 쏜다.


태주  더 세게


...(중략)...


마지막 씬에서 몰염치한 두 부부는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지나면서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일상으로 돌아가고 양어장의 고기들만 자살해서 하얀 배를 하늘로 한다.


확실히 그 불유쾌한 상황이 전쟁터가 아니어서 일상으로의 복귀가 빨랐나 보다. 아무래도 그 양어장에서 한 두명 죽었다면 좀 끝이 달랐을까. 특수한 상황의 권위의 상실과 폭력의 피해를 참을 수 없어하면서도 더 정교하게 그런것들이 남 몰래 일어나는 사회로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오는 걸 보니 말이다. 


창현의 송어들은 그 깨끗한 양식장에서도 자살하는 걸 보면, 우리가 사는 이 숨막히는 곳에서는 1초도 못 버티고 죽겠지... 끝으로 그 양식장 주인장께서는 부디 오래 버텨주시기 바란다는 말을 남긴다. 


추신: 송어는 ‘스캔들’을 쓴 김대우씨의 시나리오다. 곧 개봉할 ‘음란서생’은 연출까지 한다는데 어떻게 나왔을까 궁금하다.



** 이글은 제가 온라인 영화비평 네오이마주 [시나리오 읽어주는 여자] 칼럼에 2006년2월에 게재한 바 있습니다. **



Posted by sheis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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