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전하고 확실해야 한다. 배우 이문식씨에게 -


설마 배우가 부끄러움을 탈까 싶었습니다. 암 저건 설정일 거야. 그런데 비교적 최근에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를 보니 역시 그렇더군요. 소년처럼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카메라를 쳐다보는 당신은 6유형입니다.


자, 이문식씨 당신은 한때 완전히 조화롭고 평화로웠던 세계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타인이 가진 세계를 믿지 않고 법과 권위의 구조를 통해 그것을 만들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나는 확인할 것이다”, “증명하겠다”, “주장하겠다”고 말해왔습니다. 

당신은 가장 보편적인 유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제가 회사를 다닐 때는 대리급이상의 남자들은 다 6유형뿐이라고 느껴졌으니까요. 조직에 속한 사람들은 그럴 수밖에 없는 입장이긴 하지요. 하지만 자신이 6유형이라고 기꺼이 인정하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어떤 유형이 다른 유형들보다 ‘더 좋거나 더 나쁜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그럼 장점부터 말해볼까요? 6유형에 속한 사람들은 협동적이며 조화를 이루고 믿음직스럽습니다. 또한 대단히 독창적이며 재치가 있으며 익살스러운 유머감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문식씨 본인이 코미디 장르에 많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 같네요. 당신은 때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는 최선을 다하며 몸과 영혼을 바칩니다. 좀 부족한 영화지만 <플라이 대디>에서 억울한 일을 당한 딸을 위해서 파이터 훈련을 받는 아빠의 모습속에 잘 드러나 있더군요. 


반대로 이 유형의 사람들은 쉽게 자기 불신에 빠집니다. 그래서 겁 많고 의심이 많아 보이며, 끊임없이 위험을 느낍니다. 태어나서 처음 몇 달 동안 얼마나 많은 걱정과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지 생각해 보면 ‘세상은 위험하므로 경계해야 한다. 나는 그것을 감당할 만한 내적 능력이 없다. 그러므로 나는 외부의 어느 곳에서 안전을 구해야 한다’는 식의 태도를 발전시키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영화속 다른 어떤 캐릭터보다도 약한 6유형에게 연민을 느끼게 됩니다. <황산벌>에서 전쟁에서 패했을 때 멋지게 죽자는 대사를 하면서도 겁먹은 표정을 짓는 백제병사1(거시기)나 <공공의 적>에서 강철중에게 취조 당하며 짜져있는 안수가 되어 몸소 용감하고 싶은 약자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때론 불안에 빠진 당신들은 분열적 상태를 보이기도 합니다. 권위를 숭배하면서도 두려워하고 복종하면서도 복종적이지 않고, 공격을 두려워하지만 때론 그들 자신이 대단히 공격적인 모습으로 말입니다.


어떤 6유형들의 부모는 감정 조절이 되지 않고 무슨 짓을 할지 예측할 수 없는 난폭하거나 냉정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당신은 신뢰감이라는 중요한 요소를 키워나갈 수 없었습니다. 많은 6유형이 어린시절 뚜렷한 이유도 없이 벌을 받거나 두들겨 맞았습니다. 부모가 그런 식으로 자기 갈등을 해소했기 때문입니다. 아이였던 당신은 미리 보호 조치를 하기 위해서 믿을 만한 보호자를 찾아 나서야 했고, 조금이라도 위험이 다가오는 것을 탐지하거나 적극적으로 예상해야 했습니다. 


3유형이 악명 높은 승리자라면 6유형은 악명 높은 패배자입니다. 그래서 끝에 가서 자신이 패배하는 상황을 조성할 수가 있습니다. 인생에 대해서 비관하고 성공에 대해서도 걱정이 많아서 성공을 ‘우회하며’ 남들에게 성공을 넘겨줍니다. 혹은 도달할 수 없거나 과대망상인 미리 실패가 예정되어 있는 목표를 세웁니다. 스스로 실패자가 되는 대부분의 6유형은 칭찬받는 것을 거북스러워 합니다. 그래서 칭찬을 받아들이게 하려면 말 속에 약간의 비판을 섞어야 합니다. 


이런 모든 6유형의 불행을 가져오는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공포’ 때문입니다. 공포를 이용해 타인을 통제하기를 원하는 권력가들은 항상 공포에 어울리는 새로운 명칭 ‘충성’이라든가 ‘복종’이라는 이름들을 발견해왔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어릴 때 머릿속에 복종의 미덕을 주입받곤 했으니까요. 



자, 이제 6유형을 결정적으로 이해하려면 공포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 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반응에 따라서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바로 공포를 느끼는 쪽과 공포에 저항하는 쪽입니다. 전자는 우리가 보통 6유형으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천성적으로 주의 깊고 주저하며 의심이 많은 보통 사람들입니다. 반면에 후자 즉, 공포에 대항하는 6유형은 본인은 물론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바로 <구타유발자>의 봉연 같은 경우입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봉연은 폭력적이고 비열하게 행동하는 8유형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살펴봅시다. 당신이 그렇게 변한 것은 폭력 때문이 아닙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폭력에 대한 공포심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당신은 그 공포심을 숨기고자 그렇게 거칠고 폭력적인 나쁜 사람 흉내를 내게 된 것입니다. - 


Watzlawick의 그 유명한 ‘망치 이야기’의 나오는 남자가 바로 이런 6유형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 당신을 6유형으로 선정한 것은 바로 <구타유발자>의 봉연 때문이었습니다. 봉연은 공포에 저항하는 6유형의 극단을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안전에 대해서 지나치게 갈망하기 때문에 정통적인 폐쇄적인 체계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당신은 전통주의 또는 극단적인 경우 근본주의에 끌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미성숙한 6유형은 계급, 권위, 그리고 안전을 추구합니다. 법과 그에 관련된 모든 것이 당신을 매혹합니다. 판사, 검사, 변호사, 경찰, 탐정소설 작가 혹은 범죄자들은 모두 6유형 게임에 참여하고 있는 것입니다. 당신의 그런 이미지 때문에 <공필두> <마파도>의 형사, <공공의 적> <범죄의 재구성>의 범죄자 역할이 잘 어울립니다.



6유형의 방어기제는 ‘투사’입니다. 풍풍한 상상력을 가지고 종종 최악의 시나리오를 예상하죠. 그래서 그 불신은 명백한 증거가 없는 경우에도 적의, 혐오 그리고 부정적인 생각을 타인들에게 투사합니다. <구타유발자>에서 보면 봉연은 불신감을 최대한 증폭시켜서 상대가 하지도 않은 일을 예상하며 분노합니다. 이렇게 공포에 대항하는 6유형은 종종 위험을 무릅쓰는 함정에 빠집니다. 또 다른 유형인 공포를 느끼는 대부분의 6유형은 소심하게 되곤합니다. 두가지 유형 다 모든 권위자를 과대평가하는 동시에 불신합니다. 그래서 아첨을 하고 복종하곤 합니다. 공동체나 집단에 헌신하던 6유형은 자신의 요구가 충족되지 않을 때 반대로 헌신이 반역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이런 나약한 6유형이 성숙하게 되면 ‘용기’를 가질 수 있습니다. 가장 소심하고 나약했던 당신들은 위기상황에서 다른 사람들보다 쉽게 두려움을 극복하고 용감해질 수 있습니다. 그건 일생동안 두려움과 싸웠던 댓가입니다. 당신에게 적절한 충고는 인간과 세계에 대한 ‘신뢰’입니다. 특히 먼저 믿어야 할 것은 바로 당신 자신입니다. 당신이 성공했던 기억들을 하십시오. 그것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당신은 9유형으로 가는 것이 좋습니다. 9유형의 평온과 평정은 6유형의 공포에 제일 좋은 약입니다. (반대로 3유형으로 가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자신을 패배자로 몰아버리는 피가학적인 성향이 성공을 위해서 물불을 가리지 않는 3유형의 가학적인 성향으로 변해서 자신의 분노를 남들에게 퍼부을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공필두>와 <플라이 대디>에서 영화 내용도 좀 그랬지만 당신의 캐릭터 해석에 문제가 있었다고 봅니다. 당신이  슈퍼맨이 되려는 3유형을 어설프게 연기한 게 아닌가 합니다)


다른 유형보다 부정적인 부분이 많이 언급이 되었군요. 이문식씨 그만큼 6유형이 매력적인 캐릭터가 될 소지가 많은 거라고 생각해 주세요. 아 그리고 날개 얘기가 빠질 뻔 했네요. 당신이 생애 초반에 발달시킨 날개는 7번(즐거워야한다)입니다. 숨겨진 5번유형(알아야 한다)을 찾는다면 지적인 역할도 가능하지 않을까 합니다. 정말로 오늘은 실례가 많았습니다. 



[이문식의 필모그래피]


성난 펭귄 (2007) 

구타유발자들 (2006) 

공필두 (2006) 

마파도 2 (2006)

플라이 대디 (2006)

마파도 (2005)

공공의 적 2 (2004) 

달마야, 서울가자 (2004) 

범죄의 재구성 (2004)

어깨동무 (2004) 

황산벌 (2003) 

오! 브라더스 (2003)

역전에 산다 (2003) 

나비 (2003) 

대한민국 헌법제1조 (2003) 

라이터를 켜라 (2002)

일단뛰어 (2002) 

묻지마패밀리 (2002) 

연애소설 (2002) 

공공의 적 (2001)

달마야 놀자 (2001)

봄날은 간다 (2001) 

선물 (2001) 

행복한 장의사 (1999) 

간첩 리철진 (1999) 

비트 (1997) 

초록물고기 (1996)

러브스토리 (1996) 

돈을 갖고 튀어라 (1995) 



PS: 

1. 본문의 에니어그램 이론은 [내 안에 접힌 날개]에서 인용하였습니다.

2. 오프모임에서 자신이 몇번 유형인지 잘 모르겠다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답하자면 보통은 근원적인 악이라고 불리는 '에너지'로 판별하는 게 맞습니다. (1번유형부터 순서대로 : 분노, 자만, 거짓, 질투, 탐욕, 두려움, 무절제, 파렴치함, 게으름) 그리고 여러유형에 걸쳐있다는 분이 있는데 그런경우 가운데 유형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가령 5번 7번 8번 성향이 보인다면 6번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나는 2번유형이 20%고 3번 유형이 30%정도 된다는 해석은 좋지 않습니다. 딱 한가지를 고를 수 있어야 합니다. 본 성격과 날개를 구분하는 게 쉽지 않은데 이것 역시 단점으로 구분해야 합니다.


3. 또 역시 오프모임에서 사람의 성격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답하기전에 위 질문에는 사람의 성격은 좋은 방향으로 개선하는 게 좋다는 생각이 깔려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사람의 기질을 어떤 것은 좋고 어떤 것은 나쁜 것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것은 에니어그램에 따른 성격분류의 대전제이기도 합니다. 친절한 2번유형이 독특한 4번유형보다 나아보이는 이유를 알지 못하겠습니다. 각 유형별로 특수한 단점을 가지고 있지만 이런 것들은 개인의 노력에 따라서 고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간단히 답하자면 성격은 변할 필요가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우선 그걸 인정하고 말하자면 물론 기질은 (내부적인 결심이나 외부의 변화에 의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이글은 제가 온라인 영화비평 네오이마주 [시나리오 읽어주는 여자] 칼럼에 2007년10월에 게재한 바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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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아야한다- 배우 이나영씨에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없다. 최근 몇 년 동안의 영화 리스트를 훑어봐도 없다. 어째서 5유형 배우를 찾기가 이렇게 어려운 것일까. 지적인 사람. 지적인 남자. 지적인 여자. 그렇게 연상을 해보다가 나영씨가 떠올랐다. 그녀가 출연한 드라마와 영화에서는 그녀의 성격이 완전히 드러난 거 같지가 않았다. 딱히 5유형인지 아닌지 조차 헷갈렸다. 흠... 그러다가 <아유레디>란 영화를 찾아 볼 일이 있었는데 머리가 나쁜 관계로 비디오 제목이 비슷한 <후아유>로 빌려왔다. 유레카! 세상에 5유형의 욕망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이나영씨를 발견했다.


5,6,7 유형은 머리 중심의 인간이다. 행동보다는 생각을 중요시하며 “나는 어디에 있는가” 또는 “이 모든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묻는다. 5유형은 내부로 들어가 마음속에서 외부 세계에서 거절당한 스스로 거절한 권력을 찾으려고 한다. 8유형이 그것을 폭력과 혁명으로 쟁취하려는 것과 달리 이들은 기다리며 배움으로써 정복하려고 한다. 

이들의 최초로 경험하는 것은 일종의 ‘공허감’이었다. 그래서 충족을 갈망한다. 어떤 사람은 태어나기 전부터 ‘나는 남들이 원하지 않는 존재’란 경험을 한다고 한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설정이 딱 들어맞는다. “못된 기집애. 내가 지를 어떻게 낳았는데, 너 낳느라고 피아노도 포기하고 내 인생이 완전히 엉망진창이 됐는데, 나쁜 기집애.” 그뿐이 아니다. 유정(이나영)의 엄마처럼 지나치게 속박하거나 강압적인 부모를 가졌을 때 자녀는 5유형이 되기 쉽다. 이들이 내면세계로 들어간 것은 방해받지 않고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자유공간이 그곳이기 때문이다. 영화속처럼 어릴 때 따스한 애정과 다정한 접촉을 거의 받지 못했을 수 있다. 그래서 2유형이 주려는 충동이 강하다면 5유형은 갖고자 하는 충동이 강하게 된다. 특히 이들의 에너지가 눈에 집중되어 있어서 이들은 흔히 안경을 쓰고 있다. 


감정과 사건에 말려가는 것을 싫어하고 객관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겉모습만 보고 이들이 분노에 차있는지 사랑에 빠져있는지 알아채기 어렵다. 특히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야단법석’떠는 것을 질색하고, 그러다가 종내에는 자기감정을 드러내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4유형처럼 현재 자신의 옆에 없는 사람에게 더 따뜻한 감정을 품기 때문에 친구나 애인들은 당사자가 자기에게 큰 관심이 없다고 느낀다. 

5유형은 누군가 자신을 주시하고 있다고 느끼면 못견뎌한다. 누군가 그들이 ‘한마디’ 해주기를 바란다고 느끼면 바로 입을 다물어 버린다. 이웃하는 4유형이 튀어 보이려고 그 난리는 치는 것과 달리.. 이들은 ‘투명인간’이 되고 싶어한다. <후아유>에는 이런 욕구가 적나라하게 나타나있다. “투명인간 친구란 말 알아? 전화도, 만나는 것도 안돼. 보이지도 않아. 하지만 언제나 옆에 있어, 그래서 힘이 되는 친구...” 서인주(이나영)가 가상의 인물에게 혹한 것은 이 한마디가 아니었을까 싶다. 


슬프게도 이들은 ‘더불어 나눈다’든가 ‘의사소통한다’는 말을 싫어한다. 모임에서 의견교환을 하자면 침울해지며 빠져나갈 궁리를 하게 되고 피할 수 없는 경우에도 자신을 표현하지 않고 기다린다. 슬픈 사실 한 가지는 5유형은 부모 역할을 하는데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부모의 시간과 공간 에너지를 끊임없이 요구하는데 개인적인 5유형은 그걸 견디기 힘들다. 침입자들을 싫어하기 때문에 보통은 소극적으로 보이는 5유형이 화내는 걸 보고 싶다면, 노크하지 않고 5유형의 방으로 불쑥 들어가면 된다. 



한 1년 정도 같은 작업실을 쓴 사람 중에 5유형이 있었다. 그 언니는 닮고 싶을 정도로 상당히 멋있었다. 그런데 가까이 가면 무척 부담스러워하는 스타일이라 목소리가 듣고 싶을 때는 뭔가를 묻는척하면서 전화를 하곤 한다. 보고 싶을 때도 둘이 만나지 않고 꼭 모임을 끼어서 만나거나 했다. 언니에게 미안하지만 친해지고 싶어서 에니어그램의 충고에 따라서 나는 그녀에게 직접 접근하는 방식을 피해왔다. 이 글을 읽는다면 날 죽이려 들겠지?


그들에게 다가갈 때 주의할 3가지 사항이 있다. 주도권잡기, 지속적인 육체적 접근, 완전한 복종을 기대하지 말 것. 이것이 <후아유>의 인주가 형태와 친해질 수 있었던 비결이다. 인주는 형태와 통신상에서 아바타로 먼저 교류를 한 것이다. 형태 입장에서는 가상공간의 ‘멜로’라는 인물과 현실세계의 ‘형태’가 동일인물인 것을 알릴 수 없었기 때문에 더 이상 다가갈 수 없었기도 하고 그렇다. 극의 클라이막스에서 인주는 그 사실을 알자마자 5유형답게 바로 도망친다. “그만 도망가...내가 가줄께...그만 하자.” 형태는 그녀가 누구인지 조금은 알고 있었던 거 같다. 바로 이런 ‘후퇴’와 ‘거리두기’가 5유형의 방어기제이다. 미성숙한 5유형은 의존상태를 유발하는 감정, 섹스, 친분관계에서 도망친다.


까다로와보이지만 이들은 소박한 사람들이다. 많은 5유형은 무엇인가 바라보고 있는 것 -또는 아무것도 바라보지 않고 있는 것 - 보다 이 세상에서 더 아름다운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만약 그렇게 앉아 휴식을 취하고 누구도 이들에게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면 이들은 아무것도 줄 필요가 없는 것이다.


5유형의 에너지이자 근원적인 유혹은 ‘지식’이다. 끊임없이 찾지만 정보량에 만족하지 못하고 또 다른 학위 또 다른 세미나 또 다른 책을 필요로 한다. 인상과 지식을 저장하는 과정에서 특히 5유형은 여행하기를 좋아한다. 그것은 여행을 통해 견문을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받아들이면 좋은 충고는 ‘지혜’다. 지혜는 그들이 그토록 갖기 원하는 지식의 또다른 형태, 즉 경험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5유형들은 모든 다른 유형보다 열정적으로 사랑에 빠져보아야 한다. 사랑은 많은 5유형들에게 극적인 사건이다. 성적 매력에 이끌려서 가까워지려는 열망과 거리두기를 원하는 열망이 충돌하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유정을 보자. 그녀가 부모에게 받지 못한 것이 애정이었듯이 그녀 또한 남에게 쉽게 애정을 주지 못한다. 5유형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애정을 쏟고 마음을 주는 경험이 필요하다. 



이나영씨 경우에 작품편수가 적어서 캐릭터가 확실히 보이지는 않는다(이것은 은둔하려는 5번유형의 특성이 발현된 것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괴짜처럼 보이는 기운을 발산하는 그녀는 양 유형 날개(4번, 6번 유형)가 약간씩 모두 보인다. 양 날개가 다 보이는 사람이 흔치는 않은데 이나영씨의 경우는 어떻게 된 것인지 잘 모르겠다. 배우로써 변화를 시도하고 싶다면 아주 퇴폐적이고 신비한 역을 해볼 것(4유형)과 호러영화에서 희생자 역할(6유형)을 해볼 것을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표를 참고 해보면, 이나영씨를 비롯한 5유형들은 8유형으로 가는 것이 좋다. 지식을 실천으로 옮기는 과단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성숙한 5유형은 이제 무언가 수집하는 것을 그만둘 수 있으며 세상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 이미 자신안에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행동한다는 것은 자기안에 숨어있던 5유형이 현실과 접촉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그들이 7유형으로 가는 것은 좋지 않다. 미성숙한 5유형이 보이는 자폐적인 특징이 7유형의 꿈속으로 완전히 동화되기 때문이다. ‘나는 괜찮다’며 일탈과 쾌락을 추구하며 무의미한 행동을 반복할 소지가 있다.)

지혜롭고 총명한 당신 이나영씨 권투를 빌겠습니다.



[이나영의 필모그래피]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2006) - 문유정

아는 여자 (2004) - 한이연

영어완전정복 (2003) - 나영주

후아유 (2002) - 서인주

천사몽 (2001) - 쇼쇼



PS: 본문의 에니어그램 이론은 [내 안에 접힌 날개]에서 인용하였습니다.


** 이글은 제가 온라인 영화비평 네오이마주 [시나리오 읽어주는 여자] 칼럼에 2007년8월에 게재한 바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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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에서 그들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들은 사람이 많을수록 더 찾기 쉽다. 어딜가나 눈에 뜨이는 특별한 그들. 전형적인 그들 중의 한 명은 故 이은주씨다. 우수에 젖은 눈빛 자기 연민의 그 신비한 느낌. 그들 중에서 내가 주목한 것은 언뜻 보면 평범한 외모를 가진 문소리씨다. 언젠가 모감독이 인터뷰에서 그녀가 인형처럼 예쁜 배우는 아니라고 했었다. 어째 여배우에게 저런 말을 했을까. 그 감독은 배우 문소리의 진가를 모르는 것 같다. 비록 사석에서 만난적은 없지만 분명히 그녀에게는 남다른 것이 있다. 얼굴만 예쁘장해서 아무 개성도 없는 배우랑은 다르다. 


<박하사탕>, <가족의 탄생>, <효자동 이발사>처럼 참한 여자를 연기해낼 때는 정말로 감쪽같다. 또 평범한 인물이지만 굉장히 독특한 캐릭터인 <바람난 가족>을 보고 있으면, 그녀가 특별해서 영화가 달라보이는 것인지, 아니면 영화가 특별해서 그녀가 달라보이는 것인지 확실하지가 않다. 


그들은 자유롭고 독창적인척하면서 속으로는 무엇이 좋고 좋지 않은가에 대한 더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 가슴중심 사람들(2,3,4유형) 답게, 이들이 가진 삶의 의문은 ‘당신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내가 당신의 시선을 끌고 있는가?’이다. 미적인 측면에서 매혹적인 사람이 되려고 애쓰며, 예외적이고 비밀스럽고 비정상적이고 이국적인 것처럼 보이고 싶어한다.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속의 조은숙 교수를 보자.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그녀에게 주위의 많은 남자들이 애를 태운다. 교수, 만화가, PD ... 직업도 다양한 그들. 영화는 그녀의 은밀한 매력이 뭔지는 말하지 못한다. 허술한 내러티브를 배우 문소리씨의 매력으로 메꾸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의 좀 이상한 영화였는데... 영화적 설정이지만 그녀가 얼마나 멋진지 절둑거리며 걷는 것조차 섹시(?)했다.



그녀가 좀 촌스런 복장을 하고 나왔던 영화가 몇 개 있지만, 키가 크고 덩치가 있어서 그런지 잠바 떼기 하나만 걸쳐도 상당히 근사하다. <오아시스>의 그 회색빛 잠바와 촌스런 분홍색 곱창 머리끈. 흔히 그들은 ‘나는 방금 급하게 옷을 걸친 것이다’라고 말하지만, 사실 그 옷차림은 대단히 주의 깊게 선택된 것이다. <사랑해 말순씨>에서 눈썹을 싹 밀고, 얼굴에 초승달 모양의 눈썹을 그려 넣고 입술을 빨갛게 칠하던 장면을 생각해보자. 전혀 촌스럽지 않다. 4유형의 삶이 아름다움에 대한 갈망에 의해 형성되는 것을 생각하면 이상할 것도 없다.


4유형은 어린 시절에 현실은 견딜 수 없고 무의미하다는 것을 경험했다. 대개 그런 경험은 고통스러운 상실의 체험과 결부되어 있다. 그래서 4유형의 갈망은 그 잃어버린 것을 향해 있다. 갈망이 소유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욕망의 대상을 소유하자마자 대개 실망한다. 이런식이다. 열렬히 사랑해서 결혼하지만 상대를 견딜 수 없어하고, 결국 상대가 떠나면 그제서야 그것이 사랑이었음을 깨닫고, 다시 상대가 돌아오면 즉시 사랑이 죽는다. 적절한 예인지 확실치 않지만 <바람난 가족>의 호정이 그렇다. 시종일관 쿨한척하지만 그녀의 삶은 공허하고 그녀의 욕구불만은 해소되지 못한다. 그녀의 문제가 하나씩 해결(?)되고 아기도 가지지만 남편이 돌아왔을 때 ‘아웃이야’라고 소리친다. 이것이 4유형의 방식이다.


4유형은 진부한 것, 시대에 뒤진 것, 평범한 것, 보통인 것, 개성 없는 것, 그리고 모든 ‘정상적인’ 것을 혐오한다. 그러나 반대로 그들은 고급스럽지도 우아하지도 않은 보통의 정상인들을 부러워하기도 한다.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의 끝부분을 생각해보자. 조은숙 교수는 일어나야할 모든 영화적인 사건이 일어난 뒤에 눈물을 흘린다. ‘야 도대체 저 눈물의 의미는 뭐야?’ 의아해 할 필요가 없다. 그녀가 우는 것은 누군가 죽어서도, 만화가가 되어 나타난 친구 때문도, 생각하고 싶지 않은 과거가 드러났기 때문도 아니다. 그녀는 이 일련의 사태를 생각하며 그 ‘달콤한 슬픔’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4유형의 함정인 ‘우수’이다. 좀 더 극단적인 해석을 하자면... 그녀는 자신의 인생을... (확대해석하면 감독은 영화를)... 예술적으로 승화시키려고 한다. 이 ‘예술적인 승화’는 4유형이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 종종 취하는 방어기제이다. 진정한 슬픔의 고통과 거절의 공포를 완화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미성숙한 4유형은 ‘나처럼 똑바로 나를 응시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나 자신을 견딜 수 없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것이다. 행복하기 위해서 때때로 절망해야하는 그들은 진정한 ‘비극적 낭만주의자’이다. 


그들의 근원적인 악은 ‘선망’이다. 누가 자기보다 더 멋있고 품위가 있는지, 또 더 안목이 있고 재주가 비상하고 훨씬 독특한지 안다. 4유형이 선망을 느끼지 않는 대상은 없다. 본인이 갖고 있지 않은 무엇인가를 찾기 위해 사람들을 찾아 나선다. 그러나 관계를 맺기 시작하면 선망은 바로 질투로 변한다. 상대가 더 매력적인 사람이 될까봐 두려워 한다. ‘나는 사랑받을 가치가 없어. 나는 내가 눈에 안 띄고 버림받지 않도록 강한 인상을 줘야 해’ 때문에 4유형은 인간관계를 경쟁으로 느낀다. 


평범한 것을 정상적인 모든 것을 피하는 4유형은 다른 사람들과 같아져야 한다는 것에 공포를 느낀다. 변화를 거부하는 그들은 ‘그렇지만 나는 다르고 싶다. 난 다른 모든 사람들의 방식에 맞추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아시스>에서의 뇌성마비 장애인이라는 여배우로서는 치명적인 배역은... 그런 특별하고 싶다는 그녀의 절실한 바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니었을까? 


미성숙한 4유형이 가지는 우울은 모든 사람이 체험하는 정상적인 슬픔과는 다르다. 그들의 독특한 감정과 큰 고통과 도움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태도에는... 아무도 그들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핑계 뒤에 슬픔에 대한 거부가 있다. 4유형은 자신의 감정을 대단히 진지하게 여겨서 마음 깊이 ‘상처’를 받는다. 이런 감정적인 소모 -조증과 울증을 넘나드는- 시련을 통해서 아무도 도달할 수 없는 감정의 깊이에 도달할 수 있다. 성숙한 4유형은 정신적으로 고통받는 사람을 이해하고 도울 수 있다. 이것은 본인이 이 모든 것을 직접 겪었기 때문이다. 


4유형의 삶의 과제는 건강한 현실성을 발전시키고, 그들의 갈망을 현실성있는 목표로 향하게 하는 것이다. 양 극단으로 치닫지 않으면서 자기 에너지를 발견해야 한다. 살면서 겪는 상실의 체험을 직시하고 그 분노를 인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위의 표를 보면 4유형의 위안점은 1유형이다. 1유형의 가치와 명확성과 양심이 혼돈상태의 자기를 의심하는 주관을 돕는 균형이다. 1유형의 가치는 감정보다 중요하며, 근면이 천재성보다 중요하고, 이성이 상징보다 중요하다. 1유형의 건전함이 4유형이 자신과 거리를 유지하면서 환상의 세계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1유형이 되는 것은 개인적으로 짓밟히지 않고 객관적인 바판을 허락하는 것을 의미한다. 1유형의 타고난 개방성의 도움을 받으면 자신의 자연스러움과 독창성을 접할 수 있다.  (반대로 2유형은 매우 좋지 못하다. 남들의 사랑과 주목을 통해서 자기 본질을 얻기 위해 애쓴다면 상황은 더욱더 악화된다. 미성숙한 2유형의 특징인 친소-가까워졌다 멀어졌다 하는 현상-의 문제가 나타날 수 있고, 자기가 의존하는 사람들을 증오하게 될 수 있다)

모든 평범한 것들을 특별하게 해주는 배우 문소리씨 잠시 실례했습니다. 똑같은 영화도 남다르게 보이게하는 당신을 계속 주목하고 있습니다. 행운을 빕니다. 



[문소리의 필모그래피]


가족의 탄생 (2006) - 미라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 (2005) - 조은숙

사랑해 말순씨 (2005) - 엄마 김말순

사과 (2005) - 현정

효자동 이발사 (2004) - 김민자

바람난 가족 (2003) - 은호정

오아시스 (2002) - 한공주

봄산에 (2002) - 정우

외계의 제19호 계획 (2001) - 처녀귀신

박하사탕 (1999) - 윤순임



PS: 본문의 에니어그램 이론은 [내 안에 접힌 날개]에서 인용하였습니다.


** 이글은 제가 온라인 영화비평 네오이마주 [시나리오 읽어주는 여자] 칼럼에 2007년7월에 게재한 바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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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고 싶은 배우 임창정씨에게.


항상 모든지 열심히 하는 임창정씨 안녕하세요. 영화배우란 생각이 잘 들지 않았는데 필모그라피를 보니 영화를 꽤 많이 찍으셨더군요. 가수인가 배우인가 항상 헷갈렸는데 말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영화속에서 계속 당신을 봤는데도 배우라는 인식이 되어있질 않았네요. 죄송합니다.


3유형은 모든 것이 덧없다는 것을 한때 알고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불안정하고 덧없이 지나가며 우연적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나는 내가 떨어져나가지 않는다는 것을 경쟁과 과잉생산을 통해 증명할 거야’라고 생각했습니다. 확실히 3유형은 남들에게 믿음을 주는 편안함과 확실성을 발산하는 특별한 재능이 있습니다. 다른 이에게 영감을 주고 동기를 부여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돕습니다. 3유형은 가슴 중심사람들(2,3,4유형)중에 중심 유형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자신의 감정을 잘 아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2유형들이 ‘당신은 나를 좋아하는 가?’를 묻는 것과는 달리 당신은 ‘나는 출세하고 있는가? 나는 성공하고 있는가?’하고 묻습니다. 


당신들은 흔히 어린 시절에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랑을 받기보다는 성공했거나 남에게 내세울 만한 특별한 무엇인가를 성취했을 때 칭찬을 받았습니다. “너는 훌륭한 아이다. 우린 네가 자랑스럽다.”이렇게 말이죠. 그래서 점차 성공을 이상화하면서 ‘내가 이겼을 때 나는 훌륭하다’라는 좌우명을 키워왔습니다. 


임창정씨, 당신이 찍은 영화를 쭉 돌아보면 눈물겹습니다. 당신은 영화속에서 무엇인가 이루려고 정말 무지 노력합니다. 때로는 여자의 사랑을 얻어 보겠다고(색즉시공), 혹은 동료가 훔쳐간 조직의 돈을 찾겠다고(시실리 2km), 죽어가는 아들의 소원을 들어주겠다고(파송송 계란탁), 가난하지만 아내와 행복하게 살아보겠다고(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작은 가게라도 해서 돈 좀 벌어보겠다고(비트), 백수지만 사람답게 살겠다고(위대한 유산) 당신은 몸부림을 칩니다. 때로는 시체도 치우고, 칼로 사람을 찌르기도 하고, 똥도 푸고, 국토 종단을 하기도 하고, 염도 하고,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기도 하고, 차 트렁크에 갇히기도 하고, 정액도 먹고... 정말로 생쇼를 합니다. 


3유형은 정말 열심히 일하며 자신의 일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붓습니다. 사람들은 그 부류의 사람들이 자기 일의 경지를 터득했다고 생각하며 성공했다고 받아들입니다. 대부분의 3유형들은 육체적으로도 매력적입니다. 어릴 때부터 잘생긴 아이일 확률이 높습니다.  당신이 제일 처음 찍은 영화라고해서 <남부군>을 봤는데요. 망가지는 캐릭터로 굳혀지기 전이라 그런지 마스크가 나쁘지 않더군요. 하여튼 대부분의 3유형은 낙천주의자에 기운차고 지적이며 정력적이고 생산적인 사람으로 비춰진다고 합니다.


슬프지만... 3유형이 주부 노릇만 한다면 그들은 현모양처입니다. 친밀한 관계에서는 사랑하거나 사랑받는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합니다. 낭만이 필요할 때는 또 그렇게 행동합니다. 어떤 집단이든 모범이 되어 그 집단의 기대와 가치를 실현합니다. 그래서 3유형의 남자와 여자들은 ‘남성성’과 ‘여성성’에 대한 현재의 사회적 규정에 매우 잘 맞습니다. 그러니까 마초적이거나 근육질의 남자를 말하는 게 아니라... 시대가 요구하는 남성 말입니다. 여성에게 조금 더 성의를 보여주려고 애쓰는, 뭔가 부족한 구석이 있는, 약간은 털털하고, 약간은 멍청해 보이는 그런 것들 말입니다. 여기서 3유형의 가치라는 것이 반드시 일반적인 것은 아닙니다. 자기가 속한 집단의 방식을 따르기 때문입니다. 임창정씨는 자유분방한 것 같지만 연예인이라는 집단의 가치에 맞도록 적응된 것이 아닌가 생각도 듭니다. 그러니까 밖으로 보여지는 이미지가 말입니다. 2유형이 남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었을 때 모든 일을 다 하듯이 3유형은 남에게 칭찬받기 위해서 모든 것을 해냅니다. 더군다나 2유형 보다 더 다른 사람들의 반응에 좌우되지만 당신의 그런 마음이 겉으로 드러나는 것은 아닙니다. 



<행복한 장의사>나 <위대한 유산> 같은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당신이 무엇인가를 위해서 뭔가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백수생활을 즐기며 밥벌이를 강요하는 가족에게 수동적으로 저항을 합니다. 신자유주의적인 경제체제에서 중산층이나 주류에 속하지 못하는 사람은 나병환자처럼 취급당하고 열등한 사람으로 간주되기 쉽습니다. 보통은 3유형은 그런 비주류의 사람이 되기를 겁내하고 비난합니다. 이 ‘효율성’ 즉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기본적으로 가정되는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 출세할 수 있다’가 근본적인 3유형의 딜레마인 것을 생각하면 위의 두 가지 영화는 좀 의외입니다. 물론 끝내 당신은 장의사가 되고 학원에 나가 강의를 하게 되지만요. 제 생각에는 3유형의 딜레마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자기 일에 몰두함으로 자신을 위협에서 보호하는 3유형의 방어기제는 ‘동일화’입니다. 그래서 자기가 속한 그룹의 비판을 받아들이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실패’는 특히 3유형의 회피입니다. 성공하지 못한 3유형보다 더 비극적인 것이 없는데 임창정씨가 연기한 많은 캐릭터들이 이 경우에 해당합니다. 실패할 경우 당신은 부분적으로 승리한 것으로 간주하거나, 실패의 원인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거나, 혹은 또 다른 과제를 열심히 하는 것으로 자신을 보호합니다.


3유형이 느끼는 성공의 압박감은 그들의 근원적인 악인 ‘거짓’이나 ‘기만’을 불러옵니다. 이기기 위해서 진실을 가장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위대한 유산>에서 보면 부잣집에서 잃어버린 아이를 찾는 광고지를 보고 바로 김선아씨를 앞세워 그곳을 찾아갑니다. 상황자체는 거짓이 아니지만 임창정씨는 마음에도 없는 가식적인 태도를 보여줍니다. 그런데 그게 무척 자연스럽습니다. 거짓말도 아니고 악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의 그 태도가 3유형의 모습 그 자체입니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에서는 아내에게 취직해서 회사를 잘 다니고 있다는 작은 거짓말을 합니다. 물론 관객들은 당신의 사정을 알기 때문에 이해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당신의 약함을 알고 동정하고 때로 웃습니다. 


거짓보다 나쁜 것은 ‘자기기만’입니다. 미성숙한 3유형의 거짓말은 스스로 알아내기가 어렵게 변합니다. 거짓말을 진실이라고 자기 자신부터 납득시키기 때문입니다. 자기 확신에 차있는 당신을 우리는 믿어줍니다. 흔히 3유형들은 소문난 중고차 영업사원입니다. 그들이 내놓는 제안들을 좋은 것처럼 생각됩니다. 결국은 그것이 동네에서 제일 좋은 중고차라고 믿게 됩니다. 왜냐면 그들이 제일 먼저 자기 자신을 팔고 있기 때문입니다. <색즉시공>을 보면 당신은 별짓을 다합니다. 영화의 클라이막스에서 당신은 하지원씨에게 미역국을 끓여주고 그 앞에서 자기 자신을 다 보여줍니다. 양파를 눈에 비비기까지 하며 하지원씨를 웃겨주려고 하지요. 제가 당신을 3유형으로 꼽은 것은 이 영화 때문이었습니다. 자기 자신을 기꺼이 팔고 있는 당신을 봤기 때문입니다. -사실... 당신이 선택한 극중 캐릭터들을 보면 전혀 3유형처럼(성공한 사람) 보이지는 않죠 -


미성숙한 3유형이 빠지는 함정은 ‘허영’이라고 합니다. 겉으로 드러난 것이 근본적인 것을 압도합니다. 자기 몸속에 자신이 있지 않고 마치 그 옆에 있는 것처럼 스스로를 지켜보며 살아갑니다. 3유형은 타고난 배우들입니다. 몇몇은 최상급 연기자가 된다고 합니다. 3유형의 고통스런 자기 인식이 시작되면 그동안 자기가 저지른 크고 작은 거짓을 거부해야만 자신에게 주어진 재능을 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3유형에게 적절한 충고는 ‘희망’이라고 합니다. 표면적인 성공 너머에 있는 희망을 통해서 깊이를 얻고 순간적인 실패를 참고 견딜 수 있습니다. 모든 가슴 중심 유형들(2,3,4)은 때때로 자신의 진정한 감정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끊임없는 뭔가를 하고 있는 3유형들의 내면은 자주 파괴가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2유형처럼 3유형도 혼자 있는 것을 배워야 합니다.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배우지 않고, 그저 존재하기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때가 옵니다.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에서 보면 고소영씨에게 자신을 어필하기 위해서 무지 애씁니다. 그녀는 그런 당신의 노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저 당신 자체가 좋아서 당신을 택한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열심히 노력하는 3형은 사실 문제될 것이 전혀 없습니다만 그것이 당신이 인격적으로 성숙하는 데는 상당한 걸림돌이 됩니다. 


그리고 당신이 생애 초반에 발전시킨 날개는 2유형입니다. 기꺼이 남을 도와주고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상냥한 마음씨가 영화속에서 보입니다. 이제 나머지 한 가지 날개를 발전시키면 좋습니다. 4유형의 독특하고 멋져 보이는 날개를 찾으세요. <시실리 2km>에서 그 날개가 나올락 말락 했는데 말입니다. 지금은 서민형 인간을 주로 연기하시는데 스타일리쉬하고 근사한 인간도 가능할 거라 생각합니다.



위의 표를 보면 당신은 6유형으로 가는 것이 좋습니다. 충실함과 신뢰에 문제가 있는 당신이 추구해야 할 길입니다. 자기의 역할을 벗고 자신을 상대에게 내맡기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런 것들이 역할 고착을 극복하고 내면을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반대로 9유형으로 가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항상 바쁜 당신이 9유형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얼핏 보면 그럴듯합니다. 그러나 9유형으로 가면 삶은 공허하고 의미 없어 보입니다. 더 이상 아무 역할도 하지 않는 퇴행된 3유형은 자살 위험도 있다고 합니다.)

실제의 임창정씨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합니다. 그저 영화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이미지만 가지고 논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영화 속에서 온갖 나쁜 일을 저지르더라도... 인간미를 잃지 않는 당신이 좋습니다. 계속 실패하기만 하는 당신의 무리하고 무모한 도전들도 아름답습니다. 다음에는 좀 편안한(?) 영화를 해야 할 텐데. 너무 무리한 미션들이 안타깝네요. 당신을 보면 배우하는 것도 쉽지 않겠다... 그런 생각이 드니까요. 임창정씨 힘내세요!


[임창정의 필모그래피]


1번가의 기적 (2006) - 필제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2005) - 김창후

파송송 계란탁 (2004) - 이대규

시실리2km (時失里 2km) (2004) - 양이

낭만자객 (2003) - 갑옷귀신

위대한 유산 (2003) - 창식

색즉시공 (2002) - 장은식

해적 디스코왕 되다 (2002) - 봉팔

자카르타 (2000) - 블루

행복한 장의사 (1999) - 장재현

세리가 돌아왔다 (1999)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1998) - 김범수

엑스트라 (1998) 

비트 (1997) - 환규

게임의 법칙 (1994) - 삐끼1

걸어서 하늘까지 (1992) - 정만

섬강에서 하늘까지 (1992) - 구대훈

장미여관 (1990) - 녀석

남부군 (1990) - 전세용


PS: 본문의 에니어그램 이론은 [내 안에 접힌 날개]에서 인용하였습니다.



** 이글은 제가 온라인 영화비평 네오이마주 [시나리오 읽어주는 여자] 칼럼에 2007년4월에 게재한 바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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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은 배우 김혜수.


김혜수씨 좋아합니다. 막 물이 올랐다는 표현을 쓰는 건 실례겠지요. 최근에 개봉한 영화에서 좋은 연기들을 많이 보여주고 있는데요. 특히 <타짜>에서 아무 말 없이 서있기만 해도 느껴지는 그 무게감 괜찮았습니다. 


자 그럼 시작할까요. 당신은 2유형입니다. 당신은 3,4유형과 같은 가슴 중심의 사람입이다. 가슴 중심의 사람들의 에너지는 타인을 향해서 움직입니다. 장 중심의 사람들이 힘에 관심을 보이는 것처럼 당신은 타인을 위해 존재하는 것에 관심이 있습니다. ‘당신은 나를 좋아 하는가’ 또는 ‘내가 누구와 함께 있는 것일까’ 하고 묻곤 하지요. 


사람들이 자신을 좋아하기를 절박하게 바라며 좋은 평가를 받으려는 2유형들. 그들은 우울하고 슬픈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이 많습니다. 가정의 평온함을 느끼지 못했거나 필요한 만큼 충분히 누리지 못했습니다. 끊임없이 착한행동을 요구 받거나 쓸모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구요. 부모와 자녀 사이에 역할 전도도 있었기 때문에 아이가 ‘엄마 노릇’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미성숙한 2유형은 부탁하거나 요청하지 않은 다른 사람들에게 지나치게 잘한다고 하는군요. 그리고 그 사람들이 받은 ‘사랑’을 돌려주지 않고 거리를 두기 때문에 배신감을 느끼고 착취당했다고 생각합니다. 



<얼굴 없는 미녀>의 지수는 이런 2유형의 배신감을 잘 드러내더군요. 우울증을 거쳐서 경계성 장애까지 간 그녀의 마음이 처음 깨진 것은 죽도록 사랑했던 애인이 그녀를 떠나면서부터 입니다. 극중에서는 과거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끊임없이 남편에게 버림받을 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하더군요. <얼굴 없는 미녀> 속의 김혜수씨는 상당히 불안해 보입니다. 눈동자의 흔들림이나 말하는 태도, 손짓 하나 하나가 안쓰럽습니다. 언뜻 봐도 분명히 애정결핍인 상태인 그녀의 캐릭터에 완전히 동화되어 있더군요. 이 영화처럼 미성숙한 2유형이 상처를 입게 되면 갑자기 부드럽고 나긋나긋한 모습을 버리고 발톱을 드러낸답니다. 그럴 때 그들은 사랑한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소름끼치는 모욕을 줄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김혜수씨의 어색한 발성법이 달라진 것은 이 작품부터였다고 생각합니다. 작품선택을 잘하신 것 같네요.


성숙하지 못한 2유형과 같이 있으면 그들이 소유욕이 강하고 무언가 결핍된 에너지를 발산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나를 봐주세요. 나를 어루만져 주세요’. 그러나 실제로 2유형이 바라는 것은 ‘나를 필요로 하세요’이랍니다. 당신, 모든 자원이 고갈되어 있는 상태라도 ‘필요하다’는 말만 들어도 마지막 남은 에너지까지 긁어모아 남을 도우려고 달려오잖아요.



그전에는 뭐랄까 종이위에 그려진 꽃처럼 그저 예쁘게만 보였습니다. <YMCA 야구단> 이나 <신라의 달밤> 같은 작품에서 보여지는 김혜수씨의 객체화된 이미지는 슬픕니다. 에니어그램의 날개로 설명하자면 김혜수씨는 영화속에서 1번 유형의 날개-착한 이미지-를 너무 발전시켜 왔습니다. 그래서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캐릭터에 생명력이 없어 보입니다. 영화속에서 왈패처럼 소리를 치고 건들거려도 어딘가 갇혀있는 느낌이었습니다. <타짜>에서 당신의 감춰진 3유형 날개-성공해야한다-가 나오는데 아주 재미있습니다. 겉으로 보여지는 이미지를 비꼬며 과감하게 승부의 세계와 사랑에 대한 욕망을 보여주더군요.


2유형은 민감하고 감정적이기 때문에 쉽게 소리를 지릅니다. <바람피기 좋은 날>의 이슬은 쿨한 가정주부로 욕망에만 충실한 듯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어린 대학생과 처음 갖는 정사에서 그녀는 장난치며 웃죠. 이것은 곰인형 같은 2유형의 모습을 잘 보여줍니다. 정답게 껴안고 애무해주는 것을 좋아하는 그들. 관계와 사랑에 집착하는 모습. 사랑받으면서 동시에 온 마음으로 사랑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살 수 있기를 갈망합니다. ‘어차피 사랑은 다 착각이야’라고 말하던데요. 이 말은 사랑에 대해서 냉소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하는 대사가 아닙니다. 말의 숨은 속뜻은 이렇습니다. ‘어차피 다 착각이라도 나는 사랑이 하고 싶다’


미성숙한 2유형은 내면에서 자기 정체성이라는 문제와 싸웁니다. 어떤 사람이라도 필요로 하면 그것에 부응하려고 끊임없이 변화하고 ‘다중 자아’를 만들어 냅니다. 그래서 2유형은 단 한사람의 타인과 있기를 좋아합니다. 여럿이 함께 있다면 어떤 자아를 활동시켜야 할지 알지 못합니다. 반대로 혼자 있을 때면 천장이 머리 위로 무너져 내립니다.

2유형은 남을 유혹하는 경향이 있어서 학대를 저지를 수도 있다고 합니다. 특히 어린이는 무력하고 도움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2유형에게 호소력을 갖습니다. 그럴듯한 2유형의 이타주의는 자신의 이기주의를 충족시키는 ‘정당한’한 형태입니다. 2유형의 재능이자 딜레마는 그들이 스스로에게 원하는 바로 그것을 타인에게 줘버린다는 것입니다. 

남자보다 여자에게 2유형이 많은것은 사회에서 여성의 ‘직감’과 ‘헌신’을 이상화시킴으로 여성들이 2유형이 되도록 방치해왔기 때문입니다. 많은 여성들이 한 남자를 위해 자신을 소모시켜 버리고 이런 집착을 사랑이라고 생각하며 그 과정에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병에 걸리지만 헤어나지 못합니다.



2유형의 근원적인 악은 ‘자만’입니다. 여기서 자만이란 ‘자기를 부풀리는 것’으로 ‘내 사랑이 당신을 구할 것이다’란 식으로 나타납니다. 이 자만 때문에 남들보다 자기 인식과 숨겨진 이기주의를 깨닫기 어렵습니다. 당신은 ‘내적 관찰자’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타고난 주관주의를 과감히 버려야 합니다. 1유형이 자기 분노를 숨긴다면, 2유형은 자기가 그토록 결핍되어 있다는 사실을 숨깁니다. 언젠가는 자신의 거짓 사랑 때문에 2유형은 자신의 가장 깊은 욕망의 대상을 파괴할 수도 있습니다. 

이들의 방어기제는 ‘억압’입니다. 1유형처럼 이들도 부정적인 충동과 감정을 억압합니다. 공격과 성적인 영역에서 더 그렇습니다. 2유형은 ‘당신은 나를 미치게 하고 있다’는 것과 ‘당신이 나에게 관심을 쏟고 있다’를 구분하기가 어렵습니다. 양쪽다 사랑의 거부를 초래할 수도 있는데 대개는 당신이 어떤 기분인지 다른 사람들은 쉽게 알아차립니다. 자기 감정을 감추지도 않고 공개적으로 보여주지도 않기 때문에 간접적으로 표현을 합니다. 

당신에게 적절한 충고는 ‘자유’입니다. 마음속 깊이 갈망하는 자유는 그동안의 조종과 거짓사랑, 의존, 자기 학대라는 게임을 끝낼 수 있습니다. 자기가 한 때 관심을 가졌던 사람들을 소유하려는 욕망을 버리고 자유롭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남들에게 지지받는 데 좌우되지 않으려면 깊은 상실을 경험해야 하고요. 이것이 자기인식을 이끌고 자유로 가는 출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가슴 중심의 유형과 마찬가지로 혼자 있을 수 있는 장소를 가져야 합니다. 김혜수씨 자신은 충분히 더 관계에서 자유로워야 합니다. 그리고 1유형이 자기의 공격성을 나타내는 훈련을 해야하듯이 2유형은 자기가 바라는 바를 표현하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좋지 아니한家>에서 당신의 캐릭터 괜찮았습니다. 털털한 노처녀 역할 좋았습니다. 그런데 약간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습니다. 원래 영화자체가 캐릭터들의 욕망이 드러나지 않은 면도 있고 당신이 극중 비중있는 역할이 작아서 그렇겠지만. 당신의 캐릭터가 옛날로 다시 돌아가는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저 명랑하기만한 당신의 모습으로요. 

마지막으로 당신은 4유형으로 가면 좋습니다. 위의 표를 보시듯이 당신의 위안점은 4유형입니다. 4유형의 근원적인 것에 대한 갈구와 자기성찰과 자신의 어두운 면을 봐야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스스로 돌아보면 자만심이 부서진다고 하는군요. 그리고 4유형의 ‘나는 특별한 존재다’를 받아들이시면 좋습니다.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제는 자신을 위해서 삶을 즐겨야 합니다. 더이상 까닭 없는 기대로 자신과 타인들에게 지나친 부담을 주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8유형-힘이 있어야 한다-으로 가는 것은 매우 좋지 않습니다. 타인에 대한 배신감이 폭력적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분홍신>을 생각해 보자구요.)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당신 그대로가 좋습니다.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김혜수의 필모그래피]


바람피기 좋은 날 (2007) - 이슬

타짜 (2006) - 정마담

좋지 아니한家(좋지 아니한가) (2006) - 이모 미경

분홍신 (2005) - 선재

얼굴없는 미녀 (2004) - 지수

YMCA 야구단 (2002) - 민정림

쓰리 (2002) - 아내

신라의 달밤 (2001) - 민주란

닥터 K (1998) - 표지수

투 타이어드 투 다이 (1998) 

찜 (1998) - 채영

미스터 콘돔 (1997) - 성희

체인지 (1996) - 지하철여자

닥터봉 (1995) - 황여진

남자는 괴로워 (1994) 

영원한 제국 (1994) - 윤상아

블루시걸 (1994) - 채린

연애는 프로, 결혼은 아마츄어 (1993) 

첫사랑 (1993) - 박영신

잃어버린 너 (1991) - 김윤희

오세암 (1990) - 안젤라수녀

그 마지막 겨울 (1988) - 영애

어른들은 몰라요 (1988) 

수렁에서 건진 내딸 2 (1986) 

깜보 (1986) - 나영



** 이글은 제가 온라인 영화비평 네오이마주 [시나리오 읽어주는 여자] 칼럼에 2007년3월에 게재한 바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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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하고 싶은 배우 한석규씨에게-


안녕하세요. 에니어그램 첫 번째 주자로 선택되신 걸 축하드려요. 이번 시리즈는 어떻게 진행할지 고민하다가 특정 배우에게 직접 말하는 형식을 취하게되었습니다. 양해바랍니다. 


본인의 이미지가 영화속 인물들에 반영되기 때문인지 혹은 감독의 자아가 투영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대체로 당신이 연기한 인물들은 1유형이 많습니다. 특히 <쉬리>, <이중간첩>, <그때 그사람들>,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에서는 현실과 이상사이에서 괴로워하는 전형적인 1유형이었습니다. 4유형이 아름다운 것과 추한 것에 관심이 있다면 당신은 옳고 그름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때 그사람들>을 보면. 당신은 그 때 궁정동 로비에서 김부장(백윤식)이 불렀을 때 멈칫했지요? “어..오늘이다. 어? 내가 처치한다 잘못되면 자네들이나 나나 다 죽어. 어떻게들 생각해?” 일단은 안된다고 하던 당신이 돌아선 것은 무엇때문이었습니까. “포함? 그게 직격 목표물이야! 차실장은 덤이구. 민주주의를 위해... 자결하는 마음으로...같이 가는 거야. 그게 사나이 길이야. 같이 가자” 김부장은 당신이 누군지 제대로 알고 있었네요. 대의와 명분이 주어지자 당신은 기꺼이 나섭니다. 옳은 일이라는 확신이 있으면 당신 뭐든 하잖아요. 뭐 영화에서는 중구난방으로 일이 진행되어서 생각할 틈도 없었을 것 같지만요. 그리고 당신이 모시던 김부장이란분 ‘돈키호테’란 묘사가 나오던데. 이상화가 심화되면 1유형은 그렇게 변하기도 한다더군요. 


당신은 8번 9번 유형과 함께 장중심의 사람입니다.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힘과 정의에 관심을 갖습니다. “내가 어떻게 여기에 ‘있게’ 되었을까” 합니다. 너무 추상적인가요? 1유형은 화를 잘 내고 요구가 많습니다. 그것은 어린아이였을 때 알았던 아름다운 세계의 이미지가 깨졌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어린시절을 가정해본다면 이렇습니다. 부모 중에 도덕적인 완벽주의자나 어떤 것에도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이 있었을 것입니다. 칭찬에 인색한 그분들 덕분에 당신은 선에 대해서 보통 이상의 기준을 갖게 된 것입니다. 이해합니다. 제가 바로 그 1유형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싫어하는 프로이드에 따르면 모범적인 어린이는 너무 일찍부터 ‘청결’하다고 합니다. 당신은 어린시절부터 ‘너는 완벽할 때만 좋다’는 신호를 보내는 사람들의 사랑을 얻기 위해서 진정한 자아발달을 거부해왔습니다. 어린아이답지 않은 어린시절을 보냈습니다. 너무 일찍 어른처럼 행동했기 때문입니다. 


1유형이 아닌 사람은 그 끝없는 내면의 심판이 얼마나 지칠 때까지 진행되는지 상상할 수 조차 없을 것입니다. 완벽에 대한 추구로 인생도 사람도 마땅히 그래야 하는 것처럼 되지 않기 때문에 항상 좌절한답니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불완전함 때문에 실망하지요.

대체로 우리 같은 유형은 의무와 책임을 중요시하고 강박적으로 시간을 잘 지킨다고 합니다. 조금 우습지만 많은 사람들이 일기도 쓴답니다. 진지해서 농담을 거의 하지 않거나 농담의 알맹이를 잊어버린다네요. -저는 무척 유머를 좋아해서 이 부분 때문에 자신이 7유형이 아닌지 가끔 생각한답니다 - 자신을 부정하고 벌하는 경향이 있고 자아의 욕구와 감정을 억제하거나 심지어 죽이기까지 한답니다.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빈둥거리며 그저 인생을 즐기는 것을 몹시 힘들어한대요. 


당신을 움직이는 에너지는 ‘분노’입니다. 종교적인 표현으로는 ‘죄’이구요. 우리는 세계가 너무나도 불완전해서 화가나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에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구요. 그런데 ‘분노’한다는 것조차도 용납하지 못하기 때문에 화조차 내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른사람들은 당신이 화를 내는 것을 좀처럼 보지 못합니다. <이중간첩>에서 당신은 남한조직의 총책인 송경만을 정보부 취조실에서 만나지요. 그 자리에서 1유형의 방어기제가 나옵니다. 자신의 편인 그를 고문해야할 상황에 닥쳤을 때 ‘반동형성’이 이루어지더군요. 저도 처음 듣는 말인데... 흠 반동형성이란게 자신이 하면 안되는 것을 해야 할 때 반대로 행동하는 것이랍니다. 미운사람에게 더 잘해준다거나 하는 것 말입니다. 근데 그게 어색해서 다른 사람이 금방 알아챈답니다. 


선에 대한 집착 때문에 인격이 성숙하지 못한 1유형은 이중생활을 하기 쉽습니다. 그러니까 남들이 없거나 낯선 곳에서는 당신의 어두운 면이 드러날 수 있습니다. <주홍글씨>에서는 언뜻 출세지향적인 3유형인 것처럼 보이지만 다시생각해보면 1유형이 맞습니다. 당신은 착실한 가장이자 모범적인 형사였죠. 그런데 은밀히 정부를 두고 그와는 또 다른 사랑을 하죠. 그리고 마지막에 차 트렁크에 갇혔을 때 말입니다. 그때는 정말 1유형 같았습니다. 끝까지 자기는 아내를 사랑했다고 자기 합리화를 하고 있더군요. -자기합리화도 반동형성에 포함된다고 하더군요-


인격이 성숙된 1유형은 ‘균형감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공정하길 원하기 때문에 언제나 다른 측면까지 봅니다. 성숙한 1유형이 합리적인 대답을 하는 것은 이미 내면에서 비판을 통과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1유형을 반박하기란 어렵습니다. 미성숙한 1유형은 모든사람을 비판하는 까다로운 도덕가가 되기 쉽습니다. 자신과 이상을 동일하게 여기기 때문에 대단히 거만하고 독선적인 사람으로 비춰질 수 있습니다. 심지어 당신이 한마디도 하지 않을 때조차도 타인들은 끊임없이 당신에게 비판을 받는다고 느낍니다. 

한석규씨 당신이 받아들이면 좋은 충고는 ‘성장’이랍니다. 너무 일찍 어른이 된 당신의 어린아이(?)를 성장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세계의 불완전을 받아들이세요. 김용의 소설중에 ‘어린 매가 자라면 언제고 여우는 잡게 마련인데 내 어찌 중벌을 내리겠느냐’란 구절이 있습니다. 다른 이들도 자라고 아직 완벽하지 않습니다. 뭐 취미로 집에서 화분을 키우시거나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도 좋습니다. 무엇보다도 자신을 성장시키는데 주력하십시오.


조금 고민이 되는 부분인데 배우란 직업이 여러 얼굴을 가져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1유형의 캐릭터를 많이 연기해서 그게 이미지가 정형화된 것은 아닌지 우려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하고 싶네요. 가능한 많은 역할을 하고 변신을 해야하지만 ‘변하지 않는 무언가’를 꼭 갖고 있어야 한다고. 이 역은 한석규가 아니면 안돼... 이렇게 나오면 좋을 것 같아서요. 향수도 베이스 노트, 미들 노트, 탑 노트가 있잖아요. 그저 당신의 ‘완전하고 싶다’는 속성은 베이스 노트로 간직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베이스노트가 나와서 하는 얘기인데, 본 성품 이외에 당신에게는 이웃하는 두 개의 성품이 날개로 붙습니다. 9번유형과 2번유형입니다. 대부분은 생에 초반에 한쪽날개만을 발달시킨다고 합니다. 나머지는 그이후에 발달하고요. 제 경우에는 9번 날개가 발달되어서 1유형의 융통성없고 부지런한 성격에 더하여 편안하고 게으른 성품이 있습니다. 어떻게 부지런하면서 게으를 수 있는가 묻는다면... 글쎄요. 저도 이해가 안갑니다. 한석규씨의 경우 어떤 날개가 발달했는지 더 두드러지는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언뜻 봐서는 친절하고 상냥한 2유형이 보이기도 하네요. 조금 다른 이미지가 보이는 것은 <미스터주부퀴즈왕>이었습니다. 거기서는 9유형처럼 보였거든요. 좀 더 수동적인 태도를 보였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위의 표를 보시면 위안점과 스트레스점이 표시되어있습니다. 앞으로 계속 설명이 되겠지만 당신은 7유형으로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 좋습니다. 지나치게 긴장하고 통제된 자신이 행복해 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4유형으로 가고 싶은 유혹은 참는 것이 좋습니다. 자신의 분노가 4유형의 우울함과 자기 파괴적인 특징과 결합되면 매우 좋지 않습니다. (이건 4유형때 설명이 되겠지만 <주홍글씨>의 이은주씨는 전형적인 4유형이에요. 이분이 1유형인 당신에게 안정감을 느끼고 집착하는 것은 당연해요. 왜냐면 4유형의 위안점이 1유형이거든요)


그런데 같은 1유형끼리는 좋지않습니다.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 -아직 시나리오밖에 못봤습니다- 을 보면 상대여배우 김지수의 캐릭터도 1유형입니다. 이야기자체가 긴장감이 없는 데다가 인물유형까지 같아서 지루해질 수 있어요. 앞으로는 착해 보이는 사람과 투톱으로 영화를 찍지마세요. 아시겠지만 당신의 선한 이미지는 악역에서도 적용됩니다. 당신이 누군가를 죽인다면 사람들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중간첩>같은 경우에는 감독이 당신을 캐스팅한 것 자체가 극중 인물에 이미 호의적인 혹은 동정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고 봐야될 것 같습니다. 이유 없는 악인으로 나온 경우는 <구타유발자> 정도 일까요. 


마지막으로 당신이 1유형입니다 라고 말해서 미안합니다. 이런 규정은 지으면 안되는 것인데. 뭐든지 언어로 단정을 지으면 고착화되는 데 말입니다. 부디 선한 이미지는 유지하면서 다른 많은 캐릭터를 연기해보시기 바랍니다. 



[한석규의 필모그래피]

구타유발자들 (2006) - 문재

음란서생 (2006) - 윤서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 (2006) - 심인구

그때 그사람들 (2005) - 주 과장

미스터주부퀴즈왕(Mr.주부퀴즈왕) (2005) - 진만

주홍글씨 (2004) - 이기훈

이중간첩 (2003) - 임병호

텔미썸딩 (1999) - 조형사

쉬리 (1998) - 유중원

8월의 크리스마스 (1998) - 정원

접속 (1997) - 동현

넘버 3 (1997) - 태주

초록물고기 (1996) - 막동이

닥터봉 (1995) - 봉준수

은행나무 침대 (1995) - 수현

말미잘(엄마와별과말미잘) (1994) - 사은특별출연


PS: 본문의 에니어그램 이론은 [내 안에 접힌 날개]에서 인용하였습니다.




** 이글은 제가 온라인 영화비평 네오이마주 [시나리오 읽어주는 여자] 칼럼에 2007년3월에 게재한 바 있습니다. **





Posted by sheis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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